27.홍길동호 대상
선장 윤서와 수옥이는 하늘 배를 몰아 다시 호텔 옥상에 사뿐 내려앉았다. 율도국에 앉아서 이 모든 광경을 살펴보던 정작 홍길동은 스스로 만족한 기분으로 윤서가 타고 내린 커다란 짚신배를 처음대로 작은 장난감 배로 축소시켰다. 윤서는 다시금 홍길동에게 감사하며, 짚신배를 보루 상자에 넣어 수옥이에게 맡기며 서울 갈 때 실어다 주기로 약속하고 옥상을 내려왔다.
아, 멋지다. 오늘의 경연대회는 참 멋진 공연이다. 둘은 기분 좋게 손을 잡고 지금 축제장으로 달리고 있다. 거기서 아빠를 만난 둘은 너무 멋진 장면에 사람들과 심사원들까지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때 아빠가 이렇게 물었다.
“얘, 그런데 무대 앞으로 돌다가 빠라까지 뿌리는 걸 보았는데, 그러고 나서 다시 바다쪽으로 날아가다가 갑자기 어디로 내뺐니? 도무지 안보여서 나도 찾다 찾다 못 찾았다. ”
“그래요? 안보이다니.. 우린 다 보았는데요. 사람들도, 엄마가 캠코더를 찍는 것도, 꽃지가 손 흔드는 것도 봤었는데요?”
“아니, 느네야 다 보았겠지, 그 후 너의 하늘배가 호텔로 가는 게 안보였단 말이야.”
“그래요? 안보였어요? 어어?”
윤서는 짐작했다. 이건 필시 홍길동이 깜짝쇼를 벌여 여기서 심사원들의 점수를 올리기 위한 투명둔갑술로 도와 주었구나 하고 짐작은 했다. 홍길동이 아니고서야 그런 재주를 부릴 사람이 없음을 안다.
그 때 어머니와 꽃지가 다가 왔다.
“안녕하세요?”
“어! 너 수옥이, 아까 나도 봤어. 참 멋지더라. 얘!”
“오빠 언니, 너무 멋있었어. 하늘 배도.”
그 때 마지막을 알리는 사회자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마지막 프로로 만장에 모이신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 출연으로 유명한 국민가수 조용필 선생을 소개합니다.
가왕 조용필이 특별히 출연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고 이어서 바다와 어울리는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1절이 끝나자 모든 관중이 2절을 합창으로 따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심사원들의 결과 집계를 위한 공간에 또 틀별초청 인사로 이은결 마술사가 등장하자 또 한번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그는 사회자의 설명을 하지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면서 곧바로 마술시범을 펼쳤다.
“자, 여기 보세요!”
양복 윗주머니에서 파란 손수건을 꺼내더니 양손으로 비비곤 손수건을 펼쳤더니 하얀 갈매기가 나와 공중으로 날아갔고, 또 손수건을 비비자 갈매기가 또 날아갔고, 또 비비자 세 번째 갈매기가 날아갔고, 또 손수건을 비비자 팔딱팔딱 뛰는 고등어가 나와 앞에 앉은 소년에게 건네주고, 또 손수건을 비비자 불가사리가 나오자 옆에 앉은 중학생에게 던져 주었더니 한참 들고 진짠가 가짠가 하고 살피곤 뒤엣 사람에게 넘기면, 만져보고 또 뒤엣 사람에게 넘기면서 돌리고 있다. 이윽고 이은결 마술사의 해양생물 마술시범이 끝나고 단 아래로 내려가자 사회자의 심사결과 발표 안내 방송이 울렸다.
“에, 여러분. 오랫동안 진지한 가운데 홍길동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무사히 마치게 되어 감사드리고, 이어서 오늘의 심사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에, 인기상에 멀리 강화에서 출연한 ‘홍길동 만담’을 갖고 나온 김보람 양! ”
서울 압구정동에서 메이크업 전문업에 종사한다는 메이크업 전문가답게 머리와 몸단장이 특이한 김보람 양이 올라가 트로피와 꽃다발, 그리고 푸짐한 상품을 한 아름 안고 만장의 박수를 받으며 내려갔다.
“다음은 기술상에 오이고로쇠음료주식회사의 김규식 대리!”
김대리는 모터를 장착한 홍길동 인형 셋을 등장시켜 자동으로 춤을 추게 한 기술상이다. 춤추는 로봇에 홍길동 의상을 입혀 출연한 아이디어 상인 셈이다.
이렇게 인기상, 기술상, 장려상, 동상, 은상까지 수여하고 다음은 금상과 대상이 남았다. 장내의 모든 시선이 집중하고 TV 카메라의 스포트라이트가 어느 때 보다 더 환하다.
*스포트라이트 - 특정한 인물만을 특별히 밝게 비추는 조명 방식. / ‘각광’, /‘주시’
“다음은 금상을 발표해드리겠습니다.”
윤서와 소년마술사 박진영군은 여태 동상 은상까지는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금상 아니면 대상에 해당되리라고 점 치고 조마조마하니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이 고대하고 기다리던 금상에!”
사회자는 이렇게 뜸을 드리고는 장내를 두리번거리며 숨을 멈추자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와 한바탕 웃고 나서, 어서 발표하라는 독촉으로 다 같이 박수를 쳐댔다.
“자, 다시 금상에.... ” 하곤 또 멈추자 또 한바탕 웃어댔다.
“요번에는, 진짜 금상에...” 하더니 사회자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만장의 관람객이 또 폭소를 터뜨리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하하하, 어이구 미안합니다. 요번에는 진짜, 진짜 금상에.....멋진 8도 홍길동 허수아비 중에 진짜로 살아난 서울 목동의 소년홍길동, 박 진 영 군 ~ ~!”
수상자 본인이 등단도 하기 전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지면서 소년 마술사 박진영군이 현대식 머리로 멋을 부린 엷은 금색 머리를 하늘로 뻗은 채 무대로 달려나갔다.
대형 트로피와 상금 봉투를 받아든 그는 양손을 높이 쳐들어 환호하고 연이어 여기저기서 올라온 꽃다발을 받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꽃다발을 흔들어댔다.
“에, 여러분 감사합니다. 잠시 수상 소감을 나누겠습니다. 잠깐... 저 박진영군은 워낙 유명한 소년 마술사로서 이 보다 더한 우승도 여러번 하였고, 사실 대상을 기대했을 것 같은데 지금의 소감은?”
“네, 사실 솔직히 말씀드려 여기 출연하기 전부터 대상을 꿈꾸어 왔습니다만,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다음에는 꼭 대상을 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서 부모는 물론 꽃지까지도 이제 하나 남은 대상은 우리오빠 하늘배가 차지해야 하는데... 하고 걱정을 하며 손에 땀을 쥐고 속으로 아멘! 아멘!을 연달아 외치며 초조히 발을 동동구르며 댜음을 기다리고 있다.
“네, 감사합니다. 또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자, 그럼 대망의 대상!...”
하고 소리 지르다가 사회자가 손을 들다 멈추었다.
“아, 잠깐! 대상 발표에 앞서 꼭 소개해야할 특별 프로가 하나 남았습니다. 으음! ”
사회자는 또 뜸을 들이더니 무슨 연유인지 두리번거리며 여기 저기 누구를 찾는 시늉으로 한 참 살피다가 목표한 인물을 찾았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에, 됐습니다. 특별히 소개할 특별 프로가 하나 남았습니다. 오늘의 이 축제를 더욱 빛내고 여러분의 기대를 한 층 더 올리기 위해 미리 소개하지 하지 않은 특별 손님을 지금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