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여름 방학 홍길동 축제

 

 

아이들의 세월도 빨라 벌써 여름 방학이 되었다. 금년엔 특별히 태풍과 폭우와 산사태로 피해도 많았지만, 특히 봄에는 속초. 강릉, 울진 등에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대형(2019) 산불로 인가는 물론 짙푸른 자연의 피해가 많았다. 대형산불로 관동지방의 아름다움을 많이 잃었지만 그래도 벌써 영동고속도로는 메어지게 휴가차들로 가득 차 연일 도로가 막히고 있다.

 

윤서네도 낙산해수욕 장으로 피서를 가게 되었다. 마침 아버지 회사에서 낙산해수욕장 근처에 사원 여름연수 캠프를 차렸다고 한다. 윤서 아버지는 이 연수 때문에 어차피 낙산으로 떠나야하고 가는 김에 가족을 데려가 민박하며 연수 겸 가족 피서를 겸하기로 했다고 한다. 윤서는 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날아갈 듯이 기뻐 어쩔 줄을 몰라 이 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들떠 공연히 이 방 저 방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밥상의 국그릇을 엎지르기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친구들 집에 전화를 걸어 자랑하며 너희들은 어디로 바캉스를 가느냐? 우리 거기 가서 만나자는 둥 별별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워댔다.

 

*바캉스 - 주로 여름에, 피서나 휴양을 위해 떠나는 휴가

 

 

드디어 윤서네는 온 가족이 아버지가 모는 승용차로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물론 피서지에서 쓸 물건과 캠코더, 카메라, 아이들 숙제, 가정상비약 등을 챙겨 넣고 윤서의 장난감 하늘 배도 헌 보루박스에 넣어 트렁크에 실었다.

 

강릉 주문진을 지나, 낙산 못 미쳐 남애 항에 이르러 차를 세웠다. 가족들은 가게 파라솔 밑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있다. 그 때 윤서 아버지는 늘 동해안에 오기만 하면 단골로 다니는 횟집을 찾아갔다. 그리 크지 않은 어항 남애항 연안의 횟집이 줄지어 앉은 상가 중 경북횟집을 찾아 들었다. 마침 주인 신씨 아저씨가 윤서 아버지를 알아보곤 앞치마에 손을 문지르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이구, 정사장님! 오래간 만입니다. 어서 오세요.”

 

, 안녕들 하셨습니까?”

 

그 때 안주인이 나오며 허리를 굽혀 또 인사한다.

 

사모님도 오셨어요?”

 

아이들도 다 왔어요. 당분간 또 신세지게 됐습니다.”

 

아니, 별말씀을... 자 이리 앉으세요. , 어서...‘

 

, 아닙니다. 가족을 데리고 와야죠.”

 

, ... 어디 계신지, 내가...”

 

아니, 잠깐! 신 사장님... 이번에도 믿거라하고 미리 전화도 않고 왔습니다만, 저 요번에도 식구들 묵을 방을...”

 

주인 신씨는 너무도 마음씨가 좋아 이렇게 단골이 오면 민박영업도 아니면서 자기들 살림방을 아무 때나 내주고 그들 부부는 여름철이라 횟집 가게에서 자곤 했다. 그의 살림집은 재작년에 새로 지은 새집으로 보통 영업용 민박집보다 더 널찍하고 깨끗하여 일류 호텔 같은 분위기라고 여기서 묵었던 윤서 아버지가 자랑했었다. 이 댁과의 인연은 원래 아버지 동창 테크로마트 김만진 사장의 소개로 벌써 몇 년째 이렇게 단골로 거래하고 있는 횟집이다. 이부자리도 한 번도 덮은 흔적이 없이 깨끗하고 냉장고 안에는 음료수, 맥주, 과일이 알맞게 늘 신선하게 준비돼있고 주방 식기, 가스 등 어느 것 하나 콘도 못잖게 정비돼있었다.

 

가족을 데리고 온 윤서 아버지는 우선 인사소개부터 했다.

 

얘들아! 인사드려라. 여기 이 어른이 우리가 묵을 호텔 사장님이시다.”

 

이 말을 들은 주인 신 씨가 웃으며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는 꽃지를 보더니

 

넌 이름이 뭐냐? 콩쥐처럼 예쁘구나

 

하더니 널름 안았다가 내려놓았다.

 

얘가 큰애 윤서고 요게 꽃지랍니다.”

 

윤서 어머니가 자기 인사 대신 아이들 소개를 했다.

 

어이구, 정말 꽃같이 예쁜 공주로구나!”

 

꽃지가 그제야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 어서 이리들 올라앉으세요. 오시느라 아직 요기도 못 하셨겠지?”

 

윤서네 가족은 동해안 어촌 인심이 이렇게 후하고 아름다운 줄을 미처 몰라 여기서 벌써 여름피서 반을 한 기분이다. 횟집 부인이 차려주는 각종 회와 매운탕 찌개로 점심요기를 끝낸 이들은 주인의 안내로 호텔 같은 안채로 들어갔다.

 

우와- 엄마, 엄마! 정말 호텔 같네요

 

호텔? 허허... 그래 호텔같이 편안히 지내거라.”

 

신씨가 이렇게 말하며 나가다가 다시 들어오더니 냉장고 문을 열었다.

 

사모님, 여기 어려워 말고 내 집같이 마음대로 꺼내 자시고 편히 쉬세요. 정 사장과는 벌써 아우 형님하며 몇 년째인데요. 우리 이 집짓기 전부터 동해안에 오시면 우리 집에서 주무셨답니다. 참 김사장님도 안녕하시죠? 어쩐 일인지 요즘은 통 연락도 없고 오신지 몇 달 되었는데...?

 

원조 단골 테크노마트의 김만진 사장을 말한다. 그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꼭 들리는 일급 단골인데, 요즘은 뜸하다면서 걱정을 했다.

 

그가 나가면서 열쇠를 윤서 어머니 손에 들려주고 나갔다. 아들 딸 모두 시집 장가 보내 살림을 내고 지금은 두 양주분이 이 큰집에서 사는데, 늘 장사 때문에 여름에는 거의 비어있다고 한다.

 

아침, 저녁식사는 경북횟집 가게로 나가 했다. 음식은 시키지 않아도 다 알아서 들여왔다. 자연산 우럭과 광어 회와 해삼 멍게를 들여왔고 그 밖에 별의 별 진미가 올려졌다. 나중에 매운탕으로 공기 밥이 들어왔으나 거의 숟갈도 대지 않고 물렸다.

 

윤서는 아무 것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 꽃지는 해삼 멍게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다. 오빠 윤서는 일부러 물컹한 멍게를 초장에 듬뿍 찍어 꽃지 입 가까이 가져갔더니 꽃지가 기겁해 팔을 휘젓는 바람에 멍게가 땅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민지야, 그 아까운 걸 왜 쳐내니?”

 

하고 어머니께 야단을 맞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끝낸 윤서네는 아버지의 승용차를 타고 낙산해수욕장 야경 구경을 갔다. 내일부터 아버지 회사의 연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낙산 지역에 폭우로 피해도 많았다는데, 그런대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낙산 해변에는 전에 없이 조명 전주가 줄 맞춰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게 대낮처럼 볼만했다. 낙산 비치호텔 옆 공터 백사장에 대형천막과 방갈로 같은 작은 야영천막이 늘어선 것이 볼만 했다.

 

*방갈로 - 산이나 바닷가 같은 곳에 지어 여름철에 캠프용, 피서용으로 쓰는 작은 집

 

 

마침 윤서 아버지의 회사는 찾기 좋게 대형 천막 위에는 회사 로고와 일석이조라는 회사 이름이 크게 박혀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로고[logo] -‘보람’, ‘상징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회사 마크를 뜻함

 

 

아버지를 따라 천막 밑으로 들어서니 이미 여러 사원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내일 연수개강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가 윤서 아버지를 본 직원들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어이구, 부장님! 소식도 없이 이렇게 나타나시다니... 반갑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 가족은?”

 

헤헤...우리야 뭐 늘 이렇게 홀아비 아닙니까? 부장님은.... ,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어, 같은 부의 김정기입니다.”

 

윤서 아버지가 다시 소개했다.

 

이 분이 우리 부의 엘리트 김정기 과장, 이쪽은 만물박사 박 대리. 그리고 김대리.. , 그럼 수고들 하게... 저기 방갈로를 둘러보고 갈게. 내일 봐

 

, 아닙니다. , 부장님! 잠깐만, 둘러보고 이리로 오십시오. , 준비해둔 게 있어서... 우리, 부장님 없으면... 헤헤 ... 있잖습니까? ... 꼭요. 네 네.. 다녀오세요. ”

 

호들갑을 떠는 눈치를 보고 척 알아 챈 정 부장은

 

그래, 알았어. 자네도... , 끔찍이도... 그래 고마워. 둘러보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