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방송국 특별 뉴스- 지난번 예고했던...
길동이 떠나고 그 며칠 후 지난번 장성 홍길동 축제 후의 특집방송 때 예고 했던 제2 특집방송을 한다는 예고가 나왔다. 말하자면 지난번의 하늘로 날아가는 짚 인형이 고속도로에 곤두박질 친 장면이 제 1 특집방송이라면 요번 것은 제 2특집 방송인 셈이다. 제2 특집방송을 오늘 저녁 9시 뉴스 끝에 이어서 한다고 한다.
9시 뉴스가 끝나면 잠이 많은 아이들은 대부분 꿈나라로 들어갈 시간이지만 오늘 만은 홍길동 소동의 제 2막이 올라간다니 잔뜩 기대를 걸고 기다리고 앉았다. 이윽고 9시 뉴스방송이 끝나고 40분부터 ‘홍길동 소동의 해부’라는 제목으로부터 시작해 요번에는 지난 봄 장성 홍길동 축제때 강아지에게 물린 홍길동 장면부터 다시 시작해 피흘리며 쫓기는 홍길동과 이를 추적하는 경찰관과 윤서네 승용차의 내부 검사 하는 장면까지 몽땅 까발려 방송한다니 전국의 청소년들의 눈을 붙들어 묶고 있다. 물론 율도국의 홍길동도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해부하는 장면을 지금 시청하고 있다. 율도국에서는 한국의 TV방송은 물론 라디오 방송까지 24시간 틀어 놓고 자동녹화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특별방송이 나온다면 놓치지 않고 시청하게 돼있어 오늘의 이 프로는 홍길동도 관심 있게 시청하고 있는 중이다. 일차 홍길동 소동 때에는 길동이 쫓기다 윤서네 승용차 앞에서 사라진 장면까지였으나 길동이 율도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에는 길동이 넣어준 공중에 날아가던 헤리포더의 빗자루와 고속도로에 곤두박질 치는 장면과 도망치는 빈빗자루에 탄 헤리포더의 얼굴을 보여준 장면까지 완전 입체로 보여 주었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다시 재방송으로 자세히 보여준단다. 그러면서 막간에 그 옛날의 홍길동의 활빈당 활동과 임금님과 담판하고, 율도국으로 떠나는 홍길동전 마지막 장면까지를 넣어 이해하기 쉽게 엮은 제 2 특집으로 지금 방송 중이다.
이때, 예고도 없이 홍길동은 또 다른 길동의 프로를 막간에 입체화면으로 끼워 넣었다. 지난번 도망치는 헤리포더의 얼굴을 본 이후의 장면이다. 지금 막 헤리포더가 한국에서 쫓겨 런던의 자기 집에 도착해 자기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실감있게 나오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또 놀라 어안이 벙벙해 있다. 여기서 방송국 담당기사들도 지난번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 하고 있다. ‘어어? 이 게 어찌 된거지? 아니, 이렇게 멋진 입체 화면은 누가 어떻게 우리 방송에 끼워 넣었지?’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이를 제지하거나 방송중단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는 대로 내 맡기고 있다. 이때 전국의 시청자들은 지난 번 도망치는 헤리포더 이후의 장면 필름을 구한 방송국에서 역시 입체로 오늘 제2 특집방송을 하나보다 했지, 어느 누구도 갑작스레 끼어든 프로인 걸 아는 사람도 없다. 방송국 실무 진들만이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 특집방송은 저절로 진행되면서 방송국으로서도 구하지 못한 특별 장면이 지금 돌아가고 있다. 희야!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너무 의아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디서 누가 이런 장면을, 그 먼 헤리포더의 집안까지 들어가 입체 동영상으로 녹화해 보관했다가 남의 방송국에 끼워 넣을 수 있을까? 실로 놀라운 장면이다. 누구의 짓일까? 방송국으로서는 뜻하지 않게 특집방송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진짜특집 프로그램이 되고 있지만 어떻게, 누가, 이런 일을 도와주었는지, 그 사실을 설명할 수가 없어 정말 얼이 빠진 상태이다. 지난번 고속도로 상공으로 빗자루 여덟이 짚 인형을 태우고 줄 맞춰 날아가는 장면도, 더 더군다가 빈 빗자루에 사람이 탄 것을 보이게 하곤 더 자세히 살필 수 있게 헤리포더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켜 방영한 것을 보면 헤리포더의 짓은 아닌 듯 한데... 도대체 누가 한 짓일까? 다행이 오늘 특집으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했지만.
한국에서 쫓겨온 헤리포더가 자기 공부방에 들어서니 난데없이 저절로 TV가 확, 켜지면서 광고방송 화면 이래에 영어 자막 글씨가 흐르는 것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놀라는 모습도 비치고 있다. 헤리포더의 방 TV에서 흐르는 영어 자막 글씨는 한글로 번역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청자들이야 방송국에서 번역해 보여주는 줄 알고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레 시청하고 있다. 우와 아 ~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
< 헤리포더야! 잘 봐라. 나, 코리아의 홍길동이다. 내말 잘 들어라. 내가 알기로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들었다. 신사의 나라 헤리포더, 넌 어쩌자고 남의 나라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내 부하들을 훔쳐 도망친단 말이냐? 내 부하 일곱 명은 고속도로에 떨어져 모두 박살나 죽었단 말이야. 어서 사과 해라.> 이 자막글씨를 읽은 헤리포더가 < ‘어어? 책임지라고? 난 훔쳐 온 것도 아닌데... 아, 아무튼 대단하구나. 여기서 동쪽의 코리아라면 정말 먼 곳인데 어찌 여기 TV에 까지 입체로 나올 수 있을까? 정말 놀랍다. 도대체 홍길동이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
이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한국어로 통역되어 들리고 있다. 이렇게 생생한 특별 방송이 지금 진행 중인데 방송국 실무 기사들까지 손을 놓고 이 장면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곤 헤리포더가 의자에 털석 주저 앉으며 고민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도대체 홍길동은 누구일까? 여기서 코리아라면 엄청 먼데 어떻게 자막글씨를 넣고? 남의나라 방송에까지 들락날락거리다니... 도대체 홍길동이란 인물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헤리포더가 홍길동 인물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을 끝으로 율도국에서 넣어준 프로는 끝났다. 곧 이어, 금방 한국의 정규방송으로 이날의 특집프로 녹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한숨을 돌리고 여유 있게 직원들끼리 자기네 특집방송 프로 중간에 자체적으로 구하지도 못한 영국런던의 헤리포더네 집에까지 가서 찍은 특종을 방영하여 특집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긴 했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아직까지 얼이 빠진 상태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헤리포더 TV의 자막에서 처럼 홍길동의 짓일까? 400년 전에 죽은 홍길동이 살아 올 리도 없고. 누가 이런 멋진 쇼를 출처도 밝히지 않고 했단 말인가? 우리 방송국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전국에 어디서 우리 방송국을 능가하는 또 다른 비밀방송국이 있다는 말인가? 특집 방송 프로에 등장한 몇몇 과학자와 사회학자 및 정부인사의 대담프로에서도 확실한 결론은 맺지 못했으나 400년 전 죽은 홍길동의 짓이라고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어디엔가 이승의 숨어있는 과학자가 벌이는 비밀 방송장치가 있는 것 같다는 정도로 매듭을 짓고 만 대담이었다. 여하든 오늘의‘홍길동 소동의 해부’의 특집 방송은 계획했던 것 이상의 시청률을 올린 성공적인 특집방송으로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