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헤리포더와 난장이 홍길동의 결투.

 

헤리포더! 그래, 오늘 약간 맛 좀 보여 줄까?” 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홍길동은 헤리포더 친구들 중 맨 꽁지로 날아가던 헤리포더 친구 롱위즈의 빗자루 끝자락을 가위로 머리 잘라내듯 싹둑 잘라버렸다. 그 때문에 맨 뒤에 따라가던 롱위즈는 휘청하며 흔들리더니 그만 비행속도가 떨어져 저 아래로 처져 몽당 빗자루를 타고 천천히 따르고 있다. 이를 본 헤리포더가 얼른 아래로 날아가 롱의 손을 잡고 끌어올려 같이 나란히 날고 있다. 그 때 빗자루에서 싹둑 잘려 나간 빗자루 끝자락 부스러기는 하늘 공간 여기저기로 먼지처럼 흩날리더니 금세 한 뼘도 안 될 만치 작은 난장이 홍길동 인형으로 변해 손바닥 만 한 뭉게구름을 타고 백 여명이 한 줄로 헤리포더 친구들을 뒤쫓고 있다. 이를 본 헤리포더는, 요까짓 것,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난장이들이군! , 난장이들아! 에헴! 덤빌 테면 어디 덤벼봐!”

 

*걸리버 여행기 [책명] - 영국의 작가 스위프트(Swift. J.)가 지은 소설. 걸리버가 항해 도중 난파하여, 거인국과 소인국 등을 표류해 다니면서 진기한 경험을 한다는 내용

 

 

이렇게 얕잡아 본 헤리포더는 난장이홍길동 무리를 약 올리며 위로 아래로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회오리 바람 운전을 하고 있다. 헤리포더는 다시 휘파람을 불어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방어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가까이 다가 온 난장이 홍길동을 빗자루를 탄 채 몸을 힘차게 좌우로 휘두르며 탁 쳐냈다. 뜻하지 않게 빗자루에 대에 얻어맞은 난장이 홍길동의 구름이 흩어지며 힘없이 아래로 곤두박질 치다가 다시 뭉쳐진 뭉게구름을 타고 빗자루 부대에 달려들면 빗자루 부대는 또 후려치고 곤두박질 치며 떨어져 나가면 또 달려들고 양편이 땀을 흘리며 격투를 하고 있다. 이 때 또 맨 앞의 난장이홍길동 대장의 호령이 떨어지자 난장이 홍길동들은 차고 있던 바늘만한 칼을 일제히 뽑아들고 더 빠른 속도로 헤리포더 친구들을 에워쌌다. 난장이 홍길동이 날아 다닐 적마다 세찬 바람소리가 쉑 쉑...났다. 그 수는 빗자루 부스러기 숫자 대로 100 명도 넘는 듯싶었다. 난장이홍길동들은 눈 깜짝 할 새 다섯 명의 헤리포더 친구들을 둘러싸고 전후좌우로 뱅뱅 돌아가며 어지럽게 적을 공격하고 있다. 팔뚝이며 다리, 얼굴 여기저기를 바늘만한 칼로 꼭꼭 찔러댔다.

 

난장이 홍길동들은 대장의 명령에 따라 너무 심하지 않게 찔러대니 피는 나지 않았으나 벌에 쏘인 듯 아파서 눈물을 찔끔찔끔 짜고 있다. 눈물이 글썽한 헤리포터들은 눈앞이 가물가물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때 헤리포더는 업! 하고 마법을 걸어 금방 말벌 떼를 불러왔다. 말벌들은 윙윙거리며 난장이 홍길동들을 둘러싸고 어지럽게 날고 있다. 난장이 홍길동들은 제법이라고 생각하며 여전히 헤리포더 친구들을 에워싸고 빙빙돌며 공격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헤리포더의 말벌도 난장이 홍길동에게 매달려 사정없이 벌침으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난장이 홍길동은 끄떡도 않고 여전히 바늘 만한 칼로 대결하고 있다. 이때 난장이 홍길동 대장이 업! 하고 둔갑술을 부리니 눈 깜짝할 새 까치 수십마리가 나타나 바람과 같이 말벌들을 싹 쓸어 잡아먹었다.

 

이때 난장이 홍길동 대장이 헤리포더 귀에 대고 말을 걸었다. 물론 영어로... 이는 율도국 본부의 홍길동의 만국 통역기의 재주이다.

 

어이, 이봐. 헤리포더! 자네가 아무리 재주를 부려 마법을 걸어도 내 앞에서는 어림도 없어, 어서 사과하고 돌아가라.”

 

, ? 사과? 어림없는 소리! 꼬마 홍길동, 어디 보자. !“

 

헤리포더가 마법의 기합 넣는 소리와 동시에 독수리 수 십마리가 나타나 홍길동의 까치들을 다 채 가고 하늘엔 난데없는 깃털이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다. 홍길동은 제법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헤리포더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이봐. 헤리포더! 좋은 말 할 때 점잖게 항복해. 혼나지 말고.”

 

헤리포더는 아직 몇 가지 마법의 무기가 남아있어 항복하지 않고 이렇게 응수했다.

 

, 홍길동! 어림없는 소리 마라. 나보고 항복하라고? 어디 덤벼봐

 

그래, 자네의 마법도 제법이네만 제아무리 불을 뿜는 용가리를 동원해도 내 앞에선 다 헛것이란 걸 아나? 어디 한번 당해봐야겠어? ”

 

*용가리 - 한국의 심형래 감독의 괴수 영화에 등장하는 불을 뿜는 용모양의 괴물 이름

 

 

홍길동이 이렇게 응수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헤리포더도 응수했다.

 

잔소리 마라. 어디 두고 봐라. !”

 

헤리포더도 어느새 마법을 걸었던지 그가 가지고 있는 재주 중 가장 무시무시한 영국 괴물 불가리를 불러내 난장이 홍길동을 다 태워버릴 듯이 불을 뿜으며 달려들었다. 이 괴물은 흡사 용같이 생긴 머리에 두 개의 뿔과 커다란 턱수염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입에선 시퍼런 유황불 화기를 확확 뿜어내고, 온 몸엔 용비늘 대신 대못을 박은 듯 굵은 가시가 무수히 돋아난 날개를 퍼덕이는 무시무시한 괴물 불가리이다.

 

그 와 동시에 난장이 홍길동 대장도 얍! 하고 둔갑술을 부리더니 눈을 멀게 하는 연막을 뿜어 헤리포더의 불가리 괴물의 눈을 흐리게 해버리자, 앞을 볼수 없는 불가리는 방향도 없이 난비하며 아무데나 부딪쳐 불을 막 뿜고 헤매다가 자기 편 헤리포더 친구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덤비는 바람에 대장 헤리포더의 빗자루까지 불태워 버리는 바람에 헤리포더는 거꾸로 떨어지고 있다. 몽당 빗자루마저 놓진 헤리포더는 지금 막 곤두박질치고, 눈먼 불가리 괴물들은 대영박물관 유리벽이며 전봇대며 가로 등에 부딪쳐 괴상한 소리를 내며 불꽃을 뿜어내더니 그만 피를 토하며 떨어지곤 했다. 앞 못 보는 남은 괴물들은 결국 목표도 없이 헤매다가 여기저기로 날아가더니 방향도 모른 채 다 사라지고 말았다. 헤리포더는 자신의 부하 괴물 불가리 때문에 템스 강물로 막 처박힐 찰라, 어쩐 일인지 알 수도 없이 몸이 도로 하늘로 치솟고 있어 놀라고 있다. 어어? 웬 일이지? 헤리포더의 머리칼과 옷자락이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갈기갈기 찢어질듯이 아래로 막 나부끼고 있다. 하늘로 빨려 올라가고 있는 헤리포더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아무리 살펴보아도 누가 이렇게 센 바람으로 빨아 올리는지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아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미 그때는 헤리포더의 몸은 하늘 중간쯤에 빨려 올라와 헬리콥터처럼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이것은 홍길동이 조정하는 투명날비의 흡인력 때문이다. 이는 헤리의 몸무게가 아래로 떨어지려는 인력과 하늘에서 빨아올리는 흡인력이 서로 꼭 맞아 균형을 이룬 정지한 상태이다. 흡사 하늘의 인공위성이 지구밖으로 도망치려는 원심력과 진행방향의 추진력이 플러스 마이너스로 균형이 꼭 잡혀 정지궤도를 유지하고 도는 격이다. 헤리의 친구들도 영문을 몰라 빗자루를 탄 채 헤리의 주변을 빙빙 돌며 헤리의 빈몸이 공중에 멈춰선 것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걱정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헤리의 주변에는 난장이 홍길동들도 헤리를 빙 둘러싸고 노려보며 빙빙 돌고 있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헤리포더가 옆구리에 차고 있던 마법지팡이를 뽑아 기합을 넣더니 난장이 홍길동을 향해 시퍼런 불꽃을 쏘아댔다. 그 바람에 불 총을 맞은 난장이 홍길동 두녀석이 불벼락을 맞고 불꼬리를 끌며 아래로 떨어져나갔다. 이를 본 헤리포더가 이때다 싶어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지팡이 불 총을 마구 휘두르며 난장이 홍길동을 쏘아대자 또 난장이 홍길동 셋이 불꼬리를 끌며 아래로 떨어져 갔다. 이 광경을 본 헤리의 친구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박수를 쳐댔다. 이때 본부의 홍길동은 제법이라고 생각하더니요것 봐라! 요 녀석이 아직 정신을 못차렸군!’ 하고 중얼거리더니 둔갑술을 부려 헤리포더의 불 지팡이의 끝을 U자 모양으로 구부려 놓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헤리포더는 불 총을 마구 쏘아대자 불꽃의 방향이 바뀌어 헤리포더쪽으로 마구 날아들자 깜짝 놀란 헤리포더는 너무너무 뜨거워 마법지팡이도 내동댕이친 채 도로 템즈강으로 곤두박질쳐 강물속으로 풍덩 쳐박혔다. 코로 물이 들어가고 숨을 쉴 수 없어 물속에서 한참 허우적대며 숨이 넘어갈 찰라 어쩐 일인지 아까처럼 다시 물 밖으로 솟구치며 하늘로 빨려 올라가고 있다. 그 바람에 헤리의 몸에선 탈수기에서처럼 물줄기가 주루룩 빠져나가고 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헤리는 너무도 기이하고 이상해 다시 하늘을 쳐다보며 누가 나를 이렇게 다시 건져 올려 살리고 있는가 하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원인도 모르고, 지금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때 헤리포더의 귀에 영어로 다시 길동의 말이 들렸다.

 

. 헤리포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거냐?”

 

이 말에 너무 놀라 어리둥절해 대꾸도 못하고 있는데, 또 다시 길동의 말이 들렸다.

 

아직 멀었군! 약을 더 먹어야 정신을 차리겠나?”이 말이 떨어지자 헤리의 몸뚱이는 도로 맥이 확 풀리며 허공에 뜬 기분이더니 그만 아래로, 아래로 다시 강물로 떨어지고 있다.

 

어어! 홍 홍...”할 새 벌써 템스 강으로 곤두박질쳐 강바닥에까지 머리가 부딪칠 정도로 깊이 쳐박혀 이제는 죽었다 할 새 다시 강 수면위 5m 쯤 위로 솟구쳐 오르자 고개를 쳐들고 숨을 몰아쉴 새 다시 강물로 두 번째 곤두박질치자 어어 홍, 홍길동, 사람 살려!’ 하고 소리 지르자 다시 몸이 솟구쳐 하늘로 빨려 올라가기에 이제 용서하나보다 했는데,

 

어어? 이게 웬 징벌을 또 내린단 말인가?’ 헤리의 몸은 세 번 째 다시 강바닥으로 처박혔다. 그때까지 헤리를 중심으로 주변을 빙빙 돌고 있던 헤리의 친구들도 사색이 되어 어쩔 줄을 몰라 긴장한 얼굴로 빗자루를 붙들고 강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헤리포더는 그 즈음 완전히 의식 불명이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 길동은 다시 네 번째로 헤리의 몸뚱이를 하늘로 빨아올리고 있다. 길동은 헤리의 몸을 곁에서 들여다보듯 확대경으로 살펴보니 온 몸이 후줄근하게 물에 흠뻑 젖어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콧구멍은 끈적한 진한 콧물이 막혀 벌름벌름 콧방귀를 뀔 때마다 코 거품이 뽀골뽀골 끓으며 겨우 숨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홍길동은 이만 하면 이 홍길동의 실력에 굴복하고 정신을 차릴 것으로 보고 곁에 떠돌던 헤리의 몽당 자루를 끌어다 잡아 앉혔다. 그제야 헤리의 친구들도 헤리 곁으로 몰려들어 위로하자 헤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친구들이 다독이는 손길과 위로의 말을 들은 헤리포더가 겨우 정신을 차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고 있다. 그 때까지 헤리의 눈동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친구들의 얼굴도 안개 낀 듯 흐릿하게 초점이 맞지 않아 이중으로 겹쳐져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헤리가 정신을 차릴 즈음 헤리포더의 귀에 홍길동의 말이 들렸다.

 

이 봐. 헤리포더! 나 홍길동이다. 템스 강 물귀신이 될 뻔해 혼났지? ”

 

이 말을 들은 헤리포더가 머리를 흔들며 코리아의 홍길동 앞에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항복의 말을 했다.

 

어이! 홍길동! 내가 잘 못했어. 정말 미안해. 너의 재주에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어. 너의 부하 짚 인형들을 몰래 데리고 온 것이며 난장이 부하들을 골려주려 했던 것을 사과 해, 정말 미안해. 우리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이 말을 들은 홍길동도 빙그레 웃으며

 

알았어. 그래 우리 사이좋게 지내기로 하자. , 그럼 잘 가. 우리도 철수 할 게.”

 

홍길동, 잘 가아. 빠이빠이 ~

 

이 말이 끝나자 난장이 홍길동은 사라지고 헤리포더 발 아래로 잘린 빗자루 부스러기 먼지가 팔랑팔랑 포르르 날리며 아래로 아래로 가물가물 멀어져갔다.

 

 

 

 

 

어때? 윤서야! ”

 

우와! 정말 멋지다, 세상에 이렇게 시원한 영화는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