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하늘 배 시운전 -- 104

 

 

드디어 전시회도 끝나고 윤서의 짚신 하늘배의 실용성 검사를 위한 시험운항을 하는 날이다. 윤서는 우선 이 배가 내가 마음먹은 대로 뜨고 내릴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날이다. 물론 길동이 잘 도와 주겠지만 지금 여기에 길동이가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 혼자 시험하는데. 장난감 짚신배가 커다랗게 둔갑하고 어김없이 뜨고 내리고 할 수 있는지 좀 미덥지 못해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윤서는 이런 의심을 하는 것 자체가 홍길동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틀림없이 성공하리라고 확신하기로 했다.

 

 

 

 

윤서는 우선 책꽂이 대에 올려 놓았던 짚신 하늘배를 안고 나가, 5단지 아파트의 한적한 구석으로 친구들을 불렀다. 제대로 잘 운항이 될지 어떨지 몰라 반 친구 중 재환이, 준규, 그리고 여자 친구 채수옥, 이렇게 셋만 아파트 모퉁이로 가만히 불러냈다. 윤서의 하늘 배를 본 친구들은 조그마한 장난감 짚신배를 보고 속으로 코웃음치면서도 윤서네 학교 예술제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 친구들이 배를 바라보고 있는사이 어느새 짚신배가 점점 커지더니 정말 놀랄 만한 크기의 커다란 황포돛배로 변하고 말았다.

 

우와 ~ 엄청크네. 야 놀랍다!”거기 모인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른 소리다. 윤서도 속으로 감탄하며 길동은 언제 어디서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다 보고 이런 시험운항을 한다하면 때맞춰 배를 크게 둔갑시켜준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놀라지 않는다. 그 때 장난감 배가 황포돛을 흔들거리며 점점 커지기 시작해 서너사람이 탈 정도의 크기로 확대되었다.

 

*일거수일투족 -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긴다는 뜻으로,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이르는 말

 

 

우와 크다. 엄청크네? ‘저게 정말 사람을 태우고 뜰까?’”재환이, 준규, 수옥이도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면서도 의아해했다. 정말 뜰지?“

 

어이, 이봐! 절대 말하지 마. 비밀로 해줘. 배가 확실히 뜰지 두고 봐야해. ”윤서도 반신반의 하는 중이다.

 

*반신반의 - 한편으로는 믿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워함

 

 

윤서네 아파트 모퉁이는 그 옆에 자동차 도로가 지나는데 도로 쪽이 절벽처럼 높이 축대를 쌓았고 근처에는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빼곡히 심어져있어 아주 한적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곳이다. 윤서는 배가 뜰 때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게 공터로 끌고 나왔다. 쓰레기 통 기둥에 닻줄을 묶어 놓고 리모컨을 작동할 참이다. 배의 운항 리모컨은 홍길동이 준 조타키 리모컨이다.

 

*조타키 배를 모는 장치

 

 

닻줄을 묶어 두지 않으면 주인을 놔두고 배가 도망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윽고 아이들을 태웠다. 윤서가 올라가는 키를 누르자 배가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뜻하지 않게 배가 뜨고 환성을 질러댔다. 윤서는 시험삼아 십자버튼의 상하좌우를 움직여 배의 방향을 시험해 보았다. 선장 윤서는 조타기 리모컨을 잡고 십자버튼의 앞쪽을 눌러 고도를 높였다. 배가 서서히 떠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또 환성을 질렀다.

 

우와아- 뜬다! , 올라간다아- ”

 

어이, 재환아! 저 닻줄을 풀어! 밧줄 말이야.”재환이 한발은 배위에 걸치고 닻줄을 풀어 올렸다.

 

와아 - 뜬다아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 질렀다.

 

소리도 없이 배는 드디어 아파트 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선장 윤서는 배가 자유자재로 오르고 내리는가를 시험하기 위해 운항키를 상하 좌우로 조정해 보았다. 그럴 때 마다 배가 상하 좌우로 잘 움직이며 홍길동의 흰 구름이 깃털처럼 배 아래를 떠 받치며 따라 움직였다. 흡사 허연 물결을 헤치며 나아가듯...

 

윤서는 배 꽁무니에 흩날리는 구름을 바라보며

 

아하, 길동이 도와준다더니 바로 이 구름 마술이구나.’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속내를 감추고 있다. 다행이 아이들이 구름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다시 고도를 낮추었더니 거의 사람 키 높이로 내려왔다. 길가는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 중엔 윤서를 아는 아이들이 매달리려고 막 따라왔다. 아이들이 손을 올려 내 저을 때마다 뭉게 구름이 새털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곤 했다. 윤서는 살짝 키를 올려 배의 고도를 높였다. 그는 다시 아파트 보다 더 높은 고도를 유지하며 까치동산의 할아버지들 놀이터인 경로정까지 날아갔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틀어 방향을 바꿨고 좀 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다시 경로정 앞으로 날아갔다. 이만하면 배의 시운전은 성공이었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모든 장비가 완벽했고 정말 만족했다. 그는 자기 집 아파트옥상에 살짝 내렸다. 어어? 어느새 홍길동이 알고 배를 장난감 배처럼 작게 축소시켜 주었다. 윤서는 작은 집신배를 공작품처럼 가슴에 안고 윤서의 친구들을 데리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윤서의 하늘배 시운전은 이것으로 끝내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에게 다시 다짐했다. 더 이상 시험비행은 없다. 비밀이 온세상으로 들통나면 홍길동이 난처해질까봐 이것으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