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윤서 하늘 배 설계
드디어 길동의 다리 치료가 끝났다. 홍길동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소동이 며칠 새 가라앉았는지 잠잠하다. 그렇게 끈질기게 찾아오던 경찰아저씨도 오지 않고 조용해졌다.
윤서 공부방 창 너머로 오월의 맑은 하늘이 파랗다. 바로 앞으로 내다뵈는 까치동산의 푸른 숲이 신록으로 반짝이며 싱그럽다.
밀린 숙제를 다 해놓은 윤서는 며칠째 궁리하던 과학반 하늘 배 설계도를 머리 속에 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윤서네 학교에서는 매년 4월 개교기념일을 기해 교내 예술제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종합작품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아이들 상대로 한 예술제라 이름만 거창하지 교내 종합 작품전시회인 셈이다. 미술 서예 공작 수예 그리고 일기장 등 다양한 아이들 솜씨를 전시하는 종합전시회이지만 아이들의 장래 포부를 키우고 과학적인 연구와 재주를 기르기 위한 전시회이다. 윤서는 해마다 하는 이 전시회에서 어떤 해에는 커다란 점토공작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만들어 알록달록 채색을 하여 상을 탄 적도 있다. 그런 그가 올해는 홍길동을 만나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어 홍길동이 신고 있는 그의 짚신을 본떠 배 모양으로 만들어 출품할 참이다. 배의 한 가운데에는 돛대를 만들어 세우고 양 옆에는 나무 숟가락을 걸어 노를 젓는 모양을 갖췄다. 카다란 짚신은 윤서가 지난 겨울방학 때 가평 외가에서 배운 짚신 삼기를 활용해 진짜 짚신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 황포돛을 단 배를 선보이기로 했다. 짚신을 배로 만들어 황포돗을 달아 띄우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아이디어가 좋다. 이는 친구 홍길동이 신고있는 짚신에서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 그 참 신기하네? 짚신을 배로 만들어 돛을 단다?
그럴듯하다. 게다가 나무 숟가락을 양옆 뱃전에 꽂아 노를 젓게 한다는 아이어도 보통아이들로는 생각 밖의 구상이다.
그러나 윤서의 실력으로 짚신을 삼을 수 없어 외삼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짚신 한 짝을 완성해 갖고 온 것을 윤서의 공부방에 걸어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보통짚신보다 커다랗게 만든 짚신 한 짝은 장식용으로 만든 것이다. 배 한가운데는 황포돛을 달아 세우고, 옆구리 난간에는 안전하게 삼실로 노끈을 꼬아 W자 모양으로 얽어 놓고 꽁무니에는 오색테이프를 달고, 배 뒤쪽에는 요즘 흔하게 보는 휴대용 선풍기를 달아 바람으로 나아가게 설계했다. 하...희한하네? 스크루 같이...?
*스쿠루 – 배위에 창치한 동력으로 바람개배걑은 회전날개
선풍기 바람이 불 때 마다 일렁일렁 흔들리면서 오색테이프가 뒤로 나부끼는 모습은 흡사 물결을 헤치면서 나아가는 것처럼...
배 옆구리에는 구상했던 대로 노처럼 나무숟가락을 형식적으로 하나씩 꽂아 두었다. 이렇게 하면 짚신배의 설계는 잘 된 것 같다. 모든 계획이 설계한 대로 잘 완성되었다.
드디어 윤서네 학교 교내 예술제가 개막하는 날이다. 널따란 강당 안은 갖가지 전시품으로 화려하게 전시돼있고 정면 앞에는 교내종합예술제라고 큰 플래카드를 걸었다. 작품 종류 위치마다 미술, 서예. 수예. 점토공작. 종이 접기. 우유팩 등으로 만든 상자 공작, 그 외 글짓기, 일기장.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분해 각자의 주인의 꼬리표를 달고 뽐내고 있다. 각 학년별로, 전시대에는 상단 하단으로 나누어 작품에 따라 높은 곳에 두어야 할 작품은 상단에 또는 넙접한 작품은 아래쪽 넓은 자리를 차지했다. 윤서의 짚신배는 상단에 돋보이게 올려 전시 됐다. 특히 윤서의 짚신배는 커다란 짚신 한 짝에 누런황포 돛을 달아 세우고 꼭대기에는 알맞은 크기의 태극기가 돋보이게 꽂혀 있다. 배 꽁무니에는 오색테이프가 길게 늘어져 있고 휴대용 선풍기 스위치를 올리면 오색테이프가 길게 꼬리를 나부끼며 흡사 배가 항해하는 것처럼 관중의 눈길을 끌게 했다. 게다가 헛것이지만 노 모양으로 나무 숟갈을 양옆에 끼워 모터 스크루를 쓰지 않을 땐 노를 젓게 하나씩 끼워두어 구색을 갖추었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 여러 내빈들이 개관테이프를 끊기 전에 미리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심사 결과로 등급 꼬리표를 달아두었다. 심사위원장은 교감선생님이고 그 외 위원으로 각 학년부장 선생님들이 참가했다. 자 이제 개관 테이프를 끊으면 학년별로 입장해 순서대로 돌며 관람할 차례다. 지금 막 입구에서 테이프를 끊으려고 교장 선생님과 내빈들이 하얀 장갑을 끼고 앞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마이크 스피커에서 팡파르 음악이 들리고 흡사 운동회 때 육상 출발선에서 울리는 신호탄 소리가 났다.
팡!
그와 동시에 테이프가 싹둑 잘리고 내빈들이 가위와 테이프를 안내 하는 여학생의 바구니에 담자 교장 선생님께서 내빈들을 안내해 맨 선두로 돌고 있다.
아, 바로 그 때! 맨 먼저 입장한 학생들 입에서 놀라운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앗 ! 저 것 봐라!
입장객 모두가 널따란 강당 천장을 쳐다보며 입을 딱 벌리고 바라보고 섰다. 일동이 놀란 것이란, 높고 널따란 강당 공간에 짚으로 만든 황포 돛배가 공중에 떠 멋진 오색테이프를 휘날리며 물결치듯 한 바퀴 비잉 돌아 또 한바퀴 돌아가고 있으니 정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배 밑에는 허연 뭉게 구름이 넘실대며 운동하고 있다. 내용을 잘 모르고 있던 교장 선생님과 내빈들이 아이들의 기발한 작품인가 하고 감탄하며 앞서 걸어 나가고 있다.
*기발(奇拔)하다 - .재치가있고 유달리 뛰어나다 / .보기드물게 기이하고 묘하다
그 때 마지막으로 6학년생이 입실하자 우와 ~~ 하는 탄성이 강당 안을 우렁차게 떠나가듯 놀라 소리 질러댔다.
와아! 저것 봐라!
정윤성의 짚신배가 하늘에 날아간다. 모두들 동시에 손뼉을 치고 인솔하는 선새님들 조차 놀라 말문이 막혀 있다. 그의 짚신 배는 전시대에 그냥 올려놓은 고정 작품인데 어찌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나 하고 의아해 쳐다보는 것이다.
물론 본인 정윤서도 전시대에 올려놓은 정물인데 어찌 살아서 날아다닐까 싶지만, 장본인 윤서만은 이미 이것은 엄마 이모네 집에 있는 홍길동의 장난인 것을 알고 있지만 발설하지 않고 있다.
*정물(靜物) - 그 자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
더 기가 막힌 건 이 짚신배가 정작 6학년 2반 학생들이 저희반 아이들 작품 앞에 이르자 어느새 임무를 마쳤다는 듯 날아와 전시대의 제자리에 사뿐 내리 앉았다는 것이다 . 어어? 이상하다. 어찌 이렇게 멋진 전시효과를 내고 제자리에 와 앉을까? 아이들은 물론 모든 선생님들조하 놀라워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반 아이들까지 모여들어 6학년 2반 전시대에는 정말 인산인해가 되어 짚신 황포돛배의 좌우 아래 위 또 자세를 낮춰 배의 밑창을 쳐다보며 궁리하느라 야단들이다. 그 때까지 소형 모터 선풍기의 프로펠러가 흡사 스크루처럼 돌아가고 있다 바로 그 때 내빈을 안내해 한 바퀴 돌던 교장선생님과 내빈 일동이 짚신 배 앞으로 오셨다.
대상이라는 꼬리표를 본 교장 선생님께서
‘정윤성이 누구지?’ 하고 돌아보셨다. 윤서는 겸손한 자세로 앞에 나서며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정윤성입니다.”
하고 인사 드렸다.
“오. 그래. 넌 장차 큰 과학자가 되겠다. 어쩜 어린 네가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이런 발명을 했니? 참 대단하다.”
윤서가 흐뭇해서 다시 답례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 윤성아 열심히 해라.”
“네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내빈들도 자리를 뜨면서 한마디씩 격려의 말을 남기고 어떤 이는 윤성의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그날의 전시회 개관행사는 대성황 리에 끝났다.
*성황리[盛況裡/裏] - 성대한 상황을 이룬 가운데
다음날 아침 소년왕국 신문에 날아다니는 짚신배 기사가 실렸다. 반 아이들이 신문을 흔들며 또 한바탕 또 인기를 끌었다. 어느새 소년왕국 기자가 다녀갔는지 윤서도 놀랐다. 그 뿐이 아니다. 신문에 났던 그날 저녁 EBS 어린이시간에 날아다니는 짚신배가 또 인기를 끌었다. 전시할 때 방송카메라도 보지 못했는데, 언제 살아서 날아다니는 동영상을 찍어 갔을까?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하늘을 항해하는 짚신 배를 본 여러 아이들이 스마트폰 캠코더를 돌려 얻은 자료를 방송국에 제보한 때문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야 윤서야!. 너의 학교 교내 예술제는 너무 너무 멋지게 성공했더라.”
홍길동을 만난 윤서가 기분이 좋아 머리를 긁적이며
“뭐...네가 다 도와줘서 내가 대상을 받고 신문 텔레비에도 나와 유명세를 탔지 뭐. 고맙다. 길동아! 다 네 덕이다.”
이는 지금 윤서의 말마따나 전시회를 한다는 말을 들은 길동이 이미 다 알고 내부까지 샅샅이 둘러보고 이대로는 죽은 전시회로는 빛이 나지 않겠다고 생각해 윤서의 작품에 둔갑술을 부렸던 것이다. 홍길동도 어린 윤서의 아이디어로는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장차 크게 도와주어 한국의 과학자로 길러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얘, 윤서야! 정말 나도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