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휴가 끝나고 등교한 윤서

 

 

다음날 연휴도 끝나 윤서는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했다.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오고 홍길동 소동으로 즐거운 날을 보내다보니 꽤 오래된 느낌이었다.

 

윤서는 등교하기 전에 이 번 여행에서 모은 각종 자료들을 챙겼다. 거기엔 한산도 배표를 비롯하여 이순신 장군의 시조와 기념엽서, 장군의 한문 휘호(붓글씨) 그리고 장성 홍길동 축제 때의 팸플릿까지 챙겨 반 아이들에게 자랑도 하고 공부 때 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그리고 최근엔 학교 수업 중에도 부모를 따라 여행하고 나면 여행 때 보고 듣고 느낀 자료와 체험담을 적은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쳐주는 제도가 있어 윤서도 여행보고서를 이렇게 알차게 준비했다. 윤서의 보고서에는 앞에서 말한 여러 자료와 팸플릿과 사진까지 곁들여 다른 친구들의 보고서 보다 더욱 생동감 있고 알찼다.

 

 

 

 

 

윤서네 학교는 아파트 마을 주택가를 가로 질러 길 건너에 있었다. 등교 때가 되면 새로 난 아파트단지의 여러 동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새 아파트촌이라 인구가 많아 두어 단지의 아이들만으로도 한 학교를 꾸려 갈 수 있다. 학교 가는 길에는 새로 아파트를 건설하며 낸 육교가 있었지만 차도가 한산해 대부분의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육교위로 오르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 육교는 지을 때부터 소용가치가 없어 흉물로 변할 것이라며 인근 주민들도 플래카드를 걸고 반대하여 몇 차례 중단되었다가 건설된 역사를 갖고 있다. 육교 건설이 취소될 것이라던 것이 어떻게 된 셈인지 다시 공사가 시작되어 완공된 아주 멋진 육교이다. 그러나 육교만 보기 좋았지 처음 사람들이 반대했던 대로 실제 오르내리는 이용자가 거의 없어 말 그대로 흉물로 변하고 등하교 하는 아이들도 학교 선생님이 그렇게 일러도 육교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다행이 교통량이 한산해 별 탈이 없어 엄마들도 그렇게 염려하거나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윤서는 학교 가는 길목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인기를 끌었다.

 

, 윤서야! , TV에서 봤다!”

 

너의 동생 꽃지도 나왔더라.”

 

, 진짜 홍길동 봤어?”

 

아이들은 저마다 윤서에게 매달리며 자기가 TV에 나왔던 것처럼 으스대며 떠들어 댔다. 윤서 친구들은 저마다 갑자기 유명해진 윤서의 손을 잡겠다고 손 다툼을 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윤서의 책가방을 달래서 지기가 메고 가면서 자기가 윤서와 가장 친하다는 듯 아첨하며 바싹 붙어갔다. 지나가던 이웃동네의 중학생 용근이 형, 고등학생 남형이 형까지 윤서를 보더니 저도 TV에서 보았다는 듯 윙크를 하며 지나갔다. 윤서는 싱긋 웃으며 답례를 했다.

 

그렇게 여러 아이들에게 둘러싼 채 교문에 들어서자 윤서를 발견한, 먼저 등교한 친구들까지 몰려들어 벌떼가 매달린 꼴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반 아이들이

 

우와아-

 

하며 박수를 쳐대자 윤서는 제가 뭐 탤런트나 된 것처럼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밖의 복도창문으로 다른 반 아이들이 죽 목을 빼고 매달렸고 앞 뒤 출입문께도 여러 아이들이 한꺼번에 들여다보느라고 밀치고 야단들일 때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고 나서도 한동안 아이들은 떨어져 나가지 않자 담임교사가 교탁을 탕탕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서야 조용해졌다.

 

차려! 경례반장의 구령소리다.

 

안녕하세요?”

 

그래, 연휴 잘 보냈어요?”

 

담임 선옥심 교사가 아이들을 죽 둘러보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선생님, 윤서가 TV에 나왔대요.”

 

, 윤성이가... 뭐라고?”

 

아이들이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 의아하다는 투로 둥그런 눈을 윤서 한 테로 집중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재환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어제, 아니 엊그제 장성 홍길동 축제 때 윤서가 TV에 나왔대요. 선생님은 못 보셨어요?”

 

그래? 난 딴 일이 바빠 TV 볼 새도 없었단다.”

 

저어, 진짜 홍길동 소동 난 건 아시죠? 그 때 윤서가 거기 있었대요. 유서네 아빠랑 동생까지요.”

 

준호가 덧붙였다.

 

, 그랬어? 윤성은 탤런트 되겠네?”

 

담임은 예사로 받아넘기고 첫 시간 국어 교과서를 펼쳤다. 아이들의 아쉬운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수업이 시작되었다. 윤서는 수업 내내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마음은 책상 속의 홍길동 책에 가있었다.

 

그 참 이상하지? 홍길동과의 약속은 약속이지만, 참 어떻게 몇 백년 전 길동이 책 속에서 살아 나와 축제에까지 참가하다니... 그러고 피를 흘리며 도망치고, 또 치료받고 또 책 속으로 들어가고? ’

 

윤서는 수업 내내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쉬는 시간이 되어 곁에 아이들이 몰려들어 아우성을 칠 때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그새 아이들은 벌떼같이 모여들어 서로 자리다툼을 했다.

 

그는 어느새 탤런트보다 더 유명해 진 느낌이 들었다. 홍길동 소동으로 유명해진 윤서는 하루 종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하루 일과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