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이모 할머니네 집으로 보낸 홍길동

 

 

뒷좌석에 셋이 앉았던 길동이 슛! 하더니 금방 사라졌다. 참 희한한 일이다. 21세기 한국에, 특히 우리 윤서 친구 홍길동이 둔갑술로 이렇게 세상을 놀라게 하다니... 영국에서는 헤리포더가 전 세계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어 마법으로 빗자루를 타고 논다고 하더니 이젠 우리나라 홍길동이 세계 어린이들을 놀라게 할 때가 왔나보다.

 

그 때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 하는 동요소리가 들렸다. 윤서 엄마 스마트폰 신호 소리다.

 

, 여보세요..... 이모야?...”

 

동주야, 여기 방금 홍길동이 왔어. 난 여태 농담인줄 알았지, 뭐야.”

 

그래 왔어? 고 봐!... ”

 

이제 믿겠다. !”

 

, 이제 믿겠다고? 어때 멋지지? 홍길동 농담이라 하더니 금방 갔잖아?”

 

난 윤서 친구 홍길동이라기에 장성 축제에 출연한 보통아이 윤서 친구가 대표로 뽑혀 무대에 섰다가 변을 당한 줄로만 알았지.”

 

아하, 여태 그렇게 속고 있었단 말이지?”

 

그래, 난 감쪽같이 속고, 설마 진짜 홍길동이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어.”

 

호호호. 웃기네. 정말.”

 

아까 TV에서 비친 생가 초상화의 피와 그림이 없어진 것도 어떤 작자가 속임수로 사람들을 홀리는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걸로 알았지.”

 

이모, 정말 그게 아니고 거기 진짜 홍길동의 둔갑술이야 전부. 이제 알았지? 이건 절대 비밀이야.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말 하지 마. 알았지? 다른 사람이 묻거든 현중이 친구라고 만 해.”

 

그래, 알았어.”

 

이모, 그래 밥 먹이고 잠자리 부탁해. 오늘은 피곤할 거야. 그럼...”

 

그래 알았어. 현중이랑 금방 친해졌어. 효리 효정이 보곤 누나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 현중이 남매랑 금방 친해졌다고? ”

 

좀 이따 밤 뉴스에 오늘 장성 홍길동 소동 나올 거야. 어서 가 봐.”

 

윤서 이모할머니, 민태미는 꼭 TV를 놓치지 말고 보라고 당부했다.

 

응 그래. 우리도 얼른 가서 뉴스 봐야지. 그럼 길동이 잘 부탁해, 이모. 안녕...”

 

그들이 집에 도착하니 5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벌써 경찰차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윤서네 검은 승용차를 보더니 금방 경찰관이 경례를 하며 다가 왔다.

 

여보시오. 경찰! 아니, 남의 사생활을 이렇게 간섭해도 되는 겁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더니... 그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몇 백 년 전에 죽은 홍길동을 내놓으라니...”

 

, 미안합니다. 그런 게 아니고... 우리도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한 번 가 보라고 해서...”

 

여보시오, 그 홍길동인가를 나도 TV에서 보았소만, 그가 우리 생활에 무슨 해악을 끼쳤거나 해코지 한 것도 아닌데... 하필 우리 차만 줄곧 뒤쫓아 집에까지...”

 

, 그런 건 잘 모릅니다. 우린 이 동네 파출소에 근무하는데 본서에서 지시가 내려와 수상하니 한 번 가서 살피라고 해서... , 예 미안합니다. , 그럼 갑니다. 네 안녕히 계십시오.”

 

경찰관은 형식적으로 순찰을 하고 가버렸다.

 

꼬투리 하나 찾지 못한 경찰이 떠나고 502동 아파트 4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윤서는 얼른 TV를 틀었다. 좀 있으니 저녁 8SBS 뉴스가 나왔다. 머리기사 첫머리에 장성 홍길동 축제에 진짜 홍길동 소동이란 제목이 눈을 끌었다.

 

 

정말 해괴한 일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장성 홍길동 생가에서 벌인 홍길동 축제에 진짜 홍길동이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sbs (신승이 ) 기자가 전합니다.’

 

 

화면에 장성축제 분위기와 포스터 그리고 무대가 비치고 곧이어 8도 홍길동이 등장했는데 그 뒤로 또 8명의 홍길동이 나타나는 장면이 연속 보이는 가운데 기자의 보도가 나왔다.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장성 홍길동 축제 무대에 8도 홍길동이 등장한 가운데 그 뒤로 또 꼭 같은 8명의 홍길동이 또 등장하자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홍길동 축제 무대 주위 화면이 나타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광경을 본 주최 측과 사회자 및 관중들은 놀라 어안이 벙벙해 있을 때 관중석에서 하얀 애완견이 무대로 뛰어 올라가 진짜 홍길동인지는 몰라도 어느 한 홍길동의 다리를 물어뜯자 이 홍길동은 피를 흘리며 무대 뒷문으로 도망치고 강아지와 경찰이 계속 추격했습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간 홍길동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어 헤매던 강아지가 피 냄새를 맡고 금방 홍길동 생가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거기에는 또 다른 관광객들이 도착해 생가의 홍길동 초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홍길동 초상 그림의 다리에서 진짜 선홍빛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카메라 화면에 피 흐르는 장면이 비치고 있다.) 깜짝 놀라 경찰을 부르고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경찰관이 달려오자 고대 있던 홍길동은 그림 속에서 핏자국만 남긴채 사라지고 빈 바탕에 핏자국만 남았던 것입니다.

 

(빈 화면에 피묻은 장면도 비치고 있다.)

 

 

그 후 피 냄새를 맡은 강아지는 계속 추적해 주차장으로 달렸습니다. 거기서 차번호 경기 (6*43) 검정색 승용차 앞에서 피의 흔적이 없어지고 홍길동의 행방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 후 경찰 헬기는 이 승용차를 계속 미행하고 있는 동안, 문제의 승용차는 경부고속도로 상행 옥천 휴게소 근방 갓길에 임시 주차하고 쫓기던 홍길동의 다리를 치료한 후 다시 문제의 그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문제의 승용차를 뒤쫓아 서울 삼* 병원 그리고 용인 차주의 집까지 미행해 조사했으나 홍길동은 끝내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건 8도 홍길동이 섰던 무대에는 짚으로 만든 홍길동 허수아비 일곱 개만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흡사 그 옛날 홍길동전에 나온 장면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관광객들이 입을 모았으나 사실여부는 현재 경찰이 조사중에 있답니다.

 

한 편 무대 위에 쓰러졌던 짚허수아비는 다시 살아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다가 경부 고속도로 옥천 휴게소 근처에 떨어져 박살나 흩날렸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으나 확실한 근거를 잡지 못해 경찰이 이의 진위(진짜냐 가짜냐)를 가리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도하는 중간 중간 장성에서 벌어진 장면 장면이 영화 화면처럼 생동감 있게 흘러갔다.) 여기는 광주. - sbs (신승이 기자 )입니다.-

 

 

 

 

 

이튿날 윤서의 아버지는 삼* 병원 오 박사에게 모든 것을 잘 부탁하고 출근했고, 윤서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삼*병원으로 나갔다. 윤서 어머니는 접수구에 윤서의 건강보험증을 제출했다. 지금 장성 홍길동 소동이 전국에서 들끓는데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다.

 

어이구, 사모님! 어떻게 된 겁니까? 길동은 아니 오고?”

 

, 지금 부르면 금방 올 겁니다.”

 

, 그렇겠군요. 천하의 홍길동이라면 언제 어디든지 금방 나타나고 사라질 수 있겠지요.“

 

! 윤서야! 길동이 불러라!”

 

그럼, 부를까? 길동아! 잘 잤니? 어서 나와. 치료해야지.”

 

그 말이 떨어지자 이웃집에서 오듯 금방 길동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