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경찰관과의 전화

 

 

이윽고 홍길동의 신분 확인이 끝나고 윤서 아버지 동창 오 박사가 소년 홍길동의 상처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 *병원 의사 오구환 입니다..... , 뭐라고요?..... , , 홍길동? 아니 홍길동을 왜 저한테 묻지요?...”

 

이 소리를 들은 윤서네 식구 일행은 금방 눈치 채고 몸을 사렸다.

 

, 여보세요. 도대체 거긴 어디, 누구세요? ... ? 뭐라고요? 경찰? ... 아니 경찰에서 갑자기 왜 나를 지목하고 여기에 홍길동이 왔느냐고 묻지? ... ? 뭐라고요? ”

 

오 박사도 시치미를 떼며 이렇게 둘러댔다. 전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여기로 홍길동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고?... 그 참, 도대체 당신 농담하는 거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4백 년 전의 홍길동 타령이오? 뭐라고요? 그만 농담 작작하고 끊어요. !”

 

그는 수화기를 쾅! 하고 놓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여기로 들어오는 걸 경찰이 어떻게 알았을까?”

 

이봐, 오 박사! 아마 알았을 거야. 경찰이 줄곧 내 차를 헬기가 미행했거든. 아마 다친 홍길동을 치료하러 병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낌새 챈 게로군. 자 자, 자세한 얘긴 나중에 다시 하고 얼른 치료나 하게. 어서 여길 떠야겠어.”

 

이들이 치료를 마치고 삼*병원을 빠져나갈 때 정문 길 건너편으로 경찰 백차가 좌회전하여 삼* 병원으로 들어가려고 노란 깜박 등을 깜박이며 신호대기 하는 것이 보였다. 경찰차는 한 발 늦은 셈이다.

 

후우... 하마터면 걸릴 뻔했지. 어서 나아야 할 텐데... 어디로 가지? 아마도 틀림없이 우리 집에까지 찾아 올 텐데... 차 번호까지 알고 있으니.”

 

아빠,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우선 이모할머니 댁으로 가요. 현중이와 한 방을 쓰면 될 거예요. 집도 새집이고 방도 크고 ... ”

 

 

 

 

현중이란, 사실 윤서의 아재비 뻘 되는 이모할머니 아들이니 아저씨 뻘되는 이종 숙부이지만 나이가 불과 두 살 많은 중학생이라 촌수 관계를 무시하고 형이네 아우네 하며 친구처럼 막 지내는 처지다.

 

, 그렇게 할까. 여보, 거기로 전화해. 거기 까지 갈 것 없어 괜히 거처만 탄로 나면 곤란해

 

윤서 어머니가 벽산 아파트 막내 이모 민태미 한테 핸드폰을 쳤다. 금방 통화 상대가 나왔다.

 

이모야? , 동주.”

 

웬 일이니?”

 

으응, 저 오늘 우리, 장성에서 오는 길이거든.”

 

아 참, 잠깐! 동주야. 느네들 홍길동네 고향 장성에 갔었지? 그래, 좀 전에 TV에서 윤서랑 느의 신랑 정서방도 봤어.”

 

그래?”

 

난 설마 느네들이 갑자기 장성에 갈 리도 없고, TV에 너의 정서방이랑 윤서랑 꽃지까지 보이기에 긴가 민가 했었던 거야.”

 

“TV에서 봤다고? 맞아. 우리, 정말 갔었어. 윤서 아빠 휴가차 남해안 한산도에 갔다가 올적에 전라도 장성에서 홍길동 축제가 있다고 해서 들렀었지.”

 

, 그랬어?”

 

그런데 거기서 홍길동 소동이 벌어졌던 거야. 축제 취재 차 온 방송국 카메라가 있더군. 그런데... ... 윤서 친구 홍길동이 많이 다쳤어. 개한테 물려서, 오던 길에 병원에서 치료받고 오는 중이거든.”

 

장성 축제에서?”

 

그래... 장성 말이야. 홍길동 생가, 거기서 홍길동 축제가 열렸댔어.”.

 

으응, 그래?”

 

거기...바로 고때, 막 무대에서 8도 홍길동이 등장해 진짜 홍길동 찾기 프로가 진행 중인데 갑자기 웬 강아지가 나타나 길동의 다리를 물었단 말이야.”

 

, 그랬어? 많이 다친 게로군. TV에 잠깐 비쳤지. 무대에서 소동이 일어난 장면 말이야. 참 기이한 것은 그리고 나서 무대에 누가 마술을 부린 건지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홍길동이 쓰러져 있더군.”

 

, 그래? 그 장면도 나왔어?”

 

홍길동이 피 흘리며 도망치는 것까지 소개되었다 구.”

 

, 그랬어? 그 후 우린 주차장으로 나와서 그 다음은 몰라.”

 

나중에 홍길동 생가 초상화에 피 묻은 것도 나왔지. 관광객이 놀라워하는 장면과 좀 지나 초상의 그림이 없어진 것까지 비치더군. 그리고 주차장에서 정 서방하고 경찰이 대화하는 것이 비쳤어. 거기서 잠깐 윤서랑 꽃지가 보이더군.”

 

이모, 난 안보였어?”

 

? 니가 뭐 탤런트야?”

 

호호호... 이모. 그런데 저어, 부탁 하나... 여기 홍길동이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우리차로 오는 중이거든, 이모, 며칠만 현중이랑 같이 지내게 해줘. 지금 길동이가 쫓기는 몸이란 말이야.”

 

, ? 쫓겨? 누구한테...”

 

그래 이모, 경찰이 지금 우릴 쫓고 있어. 여기 홍길동이 진짠가 가짠가를 가리려고... 전국의 아이들의 성화가 난리야.”

 

동주야, 너 지금 농담하는 거냐?”

 

아니야. 농담이 아니라. 헬기까지 줄곧 우릴 뒤쫓아 왔거든. 좀 있으면 경찰이 우리 집에까지 찾아 올 거야. 차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당분간만 다리 아물 때까지 이모네 집에, 좀 부탁이야.”

 

이모는 머리를 갸웃하며 듣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 듣는 사람마다 다 이렇게 못 미더워했다. 400 년 전 홍길동이라니...

 

홍길동이 다쳐서 치료까지 했다면 저네 집으로 가지 왜 쫓겨 다녀?”

 

아니. 지금 설명하자면 길어, 여기 길동인 집도 없어,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단 말이야. 그렇다고 우리 집엔 곧 경찰이 찾아올 거고...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