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홍길동과 윤서, 서울 삼*병원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윤서 아버지는 영국의 여류 작가 조앤 .K. 롤링이 쓴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소설과 영화도 윤서 남매랑 같이 보았지만 맨 빗자루가 짚허수아비를 태우고 줄 맞춰 여덟이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은 도무지 의아해 입을 다물 수 없어 했다. 아이들과의 약속이지만 우선은 속속들이 까밝힐 수도 없고 두고두고 살피면서 앞으로의 과정을 지켜 볼 참이다.
윤서네 가족은 서울 톨게이트를 벗어나자 양재동을 거쳐 강남 일원동의 서울 삼*병원으로 직행했다. 거기에는 윤서 아버지의 고등학교 동창 오구환 박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길동의 치료에는 특별히 비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행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우측 서초구 양재로 빠지는 길로 접어들었다. 윤서네는 삼*병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길동을 불러내 우선 옷부터 갈아입힐 참이다.
삼* 병원 주차장에서 내린 윤서는 문제의 홍길동 소설을 꺼냈다. 그는 거기 페이지를 열고 흡사 아라비안나이트의 도적들이 돌문을 열 때 ‘열려라 참깨!’ 하듯 ‘길동아!’ 하고 부르기 바쁘게 길동이 점잖게 웃으며 곁에 나와 섰다. 다리가 무척 아픈지 미간을 찌푸렸다.
이를 본 윤서 어머니 김동주가 길동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길동아! 많이 아픈 게로구나. 어디 보자”
“아, 아니에요. 요까짓 것 가지고... 염려 마세요.”
윤서 어머니는 길동의 다리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려보았다. 여전히 피가 내비치고 개 이빨 독 때문에 약간 부어 있었다. 윤서 어머니는 얼른 가방을 뒤지더니 윤서가 해변에서 입었던 추리닝 상하를 꺼내 길동에게 입혔다. 윤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길동은 옛날 도련님 의상을 잘 개켜서 여행용 가방에 숨겼다. 피서지에서 입었던 윤서의 옷을 입히고 윤서의 샌들과 운동모까지 씌우니 영락없는 여느 소년과 꼭 같았다. 그 동안 먼저 병원으로 들어갔던 윤서의 아버지가 오 박사를 만나보고 나왔다.
“여보, 어떻게 잘 됐어요?”
윤서의 어머니가 걱정되어 얼른 물었다.
“응, 잘 됐어. 지금 바로 2층 오 박사 진료실로 오라는군. 천만 다행이야 다른 사람의 눈도 피하기 좋고... 참, 오늘은 임시 응급 처치만하고 내일 다시 오라는군.”
“네, 그래야죠..”
그들은 깨끗하고 시원히 뻗은 복도를 돌아 오 박사 진료실로 들어갔다. 깨끗이 정돈된 진료실이며, 위생복을 단정히 입은 차림부터가 일류 병원 분위기를 알만했다. 이들 부부하곤 벌써 전에 부부 동창회에서 만나고 부터 이미 알고 지내던 터라 오박사는 온화한 미소로 손들을 맞았다.
“아, 어서 오십시오. 부인!”
“안녕하셨어요? 박사님! .... 참, 얘들아! 인사드려야지.”
그 때 윤서를 따라 꽃지와 홍길동도 덩달아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여기, 얘가 큰 녀석 윤서이고 얜 여동생 민지, 그리고 박사님, 얘가 윤서이 친구 홍길동이에요.”
오 박사가 친구 윤서 아버지로부터 대강 듣긴 들었으나 의아한 눈으로 빤히 내려다보며 입을 딱 벌렸다.
“아니, 홍길동이라고 하기에 난 정말 홍길동인 줄 알았지...... .”
그는 정말 속고 있다. 여느 아이들 차림으로 서있는 홍길동을 보곤 진짜 홍길동이 아니라 동네 꼬마 녀석에 별명을 붙여 같이 놀러갔다가 다쳐서 데리고 온 줄로만 알고 있다.
오 박사가 정작 착각하고 있는 태도를 눈치 챈 윤서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박사님. 그게 아니라 얜 정말, 진짜 홍길동이에요.”
역시 농담으로 알았는지 오 박사는
“응 그래, 그래, 홍길동!”
하며 그 때까지도 윤서의 말을 건성으로 넘기며 머리를 쓰다듬고 섰다.
그래도 믿지 않는 오 박사의 태도를 보고 이번에는 윤서의 어머니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며 경계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박사님, 저어, 농담이 아니고 진짜 홍길동이에요.... 실은... ”
윤서의 어머니는 오늘 장성 사건의 실마리를 요점만 풀어나갔다. 그 때 이들이 앉은 탁자 앞으로 음료수 캔을 하나씩 나누어 놓고 나가던 간호사가 유달리 홍길동의 모습을 뚫어져라 살피며 나갔다.
“아, 정말 기이한 일이군요. 그래 홍길동군!”
“네, 박사님!”
“자네가 정말 400년 전 조선 광해군 때 소년 홍길동이란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박사님.”
점점 더 놀란 듯 오 박사는 홍길동의 얼굴 여기저기, 요모조모를 살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 그럼, 여태 어디서 어떻게 지내다가 어떻게 해서 다치곤.... 도무지 이해가....”
그가 아직도 이렇게 의심스런 말을 할 새 눈앞에 섰던 홍길동이 갑자기 슛! 하고 바람소리가 나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오 박사가 그만 기겁을 하여 입을 딱 벌리고 친구 윤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 이 사람아! 그러게 내 뭐랬나? 미리 말해 두지 않았나? 다시 다짐해 두네 만, 절대 비밀로 해두게. 얘, 윤서야! 그 동화책을 꺼내 보이렴.”
윤서가 신주처럼 안고 다니던 동화책 ‘소년 홍길동전’을 꺼내 문제의 책갈피를 열었다.
*신주 - 죽은 사람의 이름을 쓴 위패
오 박사가 아직도 놀람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홍길동이 구름을 타고 선 그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 저런!”
거기에는 임시 붕대로 다리를 싸맨 홍길동이 정작 홍길동 차림새로 서있지 않은가? 그 때 윤서가 홍길동을 불러냈다.
“얘, 길동아! 그만 하면 됐어. 어서 나와!”
그 말이 떨어지자 그림을 보고 있던 오 박사가
“어어? 어디 갔지? 빈 그림만?” 이렇게 놀라 소리 지르자 금방 길동의 소리가 들렸다.
“박사님. 저 여기 나왔어요.”
어느새 길동은 오 박사 등 뒤에 의젓하게 윤서의 운동복 복장 차림새로 서있었다.
“아하,... 참, 놀랄 일이군!”
윤서네 식구들이 보란 듯이 웃고 섰다. 오 박사는 혀를 내두르며 여전히 머리를 갸웃거렸다.
“허허....”
이렇게 감탄하던 오박사가 그제야 진료 채비를 했다.
이때 난데없는 헬기가 나타나 삼*병원 상공을 선회하며 떠나지 않고 있다.. 구내 잔디 밭에 내려 앉을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계속 돌고 있다. 너무 낮게 떠 구내 병원 여기저기를 촬영까지 하면서 예전에 본 적이 없는 모습으로...
웬 일일까? 혹시 윤서네 차를 뒤쫓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옥천경찰서에서 놓친 홍길동의 사실여부를 가리려는 경찰의 추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