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진짜 영국의 헤리포더의 등장
주최 측에서는 이미 헤리포더의 내한을 알고 오늘 막간에 소개하여 더욱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자 준비했었다. 이는 물론 홍길동의 작전이었던 것이다. 홍길동은 주최 측 집행위원장의 핸드폰에다 영국의 헤리포더가 낙산홍길동 축제에 내빈으로 참가할 테니 아무도 모르게 중간에 소개하고 그 멋진 빗자루 타고 날기를 선보이라고 일러두었던 것이다.
사회자의 특별 손님 소개라는 말에 모든 관람객이 고개를 들고 좌우를 살폈다. 그 때 다시 사회자의 소개말이 나왔다.
“저 오늘 특별히 소개할 손님은 저 멀리 영국에서 날아온 전 세계 소년들의 우상 헤...리...포더!”지금 이 말도 헤리포더의 귀에는 영어로 번역되어 들리고 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너무도 놀란 어린이들이 그가 어디 있는지 발견도 하기 전에
우와 --------- !
하며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쳐댔다. 어떤 어린이들은 의자에 올라서서 두리번거리며 헤리포더가 어디 있는가 하고 찾았다. 그러나 소년 헤리포더는 무대 위에 나타나지도 않고 마냥 박수만 요란했다. 사실 헤리포더도 여기 소개 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차다.
“자, 여러분 조용히 자리에 앉으세요. 헤리포더는 무대에 없습니다. 자, 어서 앉으세요. 저, 저기 바다 쪽을 보십시오.”
하고 사회자가 손가락을 들어 낙산 바다 수평선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모든 관람객의 목이 우로 돌아가며 동해 바다 쪽으로 바라보았다. 그 때 또 한 번 우와아! ------
하며 일제히 일어서서 양손을 높이 쳐들고 흘들어댔다. 지금 막 헤리포더가 빗자루를 타고 바다 쪽 하늘에서 무대를 향해 천천히 날아오고 있다. 그는 더 멋을 부리느라 좌우로 왔다갔다 지그재그(Z)를 그리며 천천히 다가 왔다.
관중석에 앉았던 헤리포더는 사회자의 소개말 때 모두 일제히 일어서 환호하는 사이 얼른 자리를 떠나 솔밭에 숨겨두었던 빗자루를 타고 바다로 나갔으나 아무도 낌새를 못 차렸던 것이다.
지금 헤리포더는 무대 앞까지 이르러 다시 무대를 한 바퀴 휘돌아 다시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그 때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참 멋지지요?”
이 말이 떨어지자 또 요란한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그와 때를 같이해 헤리포더는 다시 뒤돌아 무대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그는 바로 무대 위까지 와서 곧바로 수직강하로 착 내려섰다. 왼손엔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 쥔 채다. 아 멋지다. 하늘을 날아와서는 헬기보다 더 멋지게 수직으로 사뿐 내리 앉은 빗자루 비행기 조종사 헤리포더!
사회자가 다가가더니 헤리포더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 때까지 흥분한 관중은 여태 앉지도 않고 모두 일어서 있었다.
“에. 여러분 자,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 자리를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어서들 앉으세요. 자, 자 앉으세요.”
간신히 자리가 정돈되고 다시 사회자의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에 여러분 어떻습니까? 기분 좋지요?”
“네, 좋아요.”
다시 박수가 쏟아져 나오자, 헤리포더가 정중히 관중을 향해 절을 했다.
“저, 여러분! 이제 대상 발표가 있기 전에 여기 헤리포더 소년에게 특별히 마련한 기념품을 전달하겠습니다. 오늘의 특별 손님을 위한 기념품 증정은 낙산 축제 위원장이신 김민상 회장님께서 하시겠습니다. 키가 후리후리한 번영회 회장이 정장차림으로 무대로 나와 섰다. 예쁜 한복으로 차려 입은 여직원 김효리 양이 자그마한 상자를 회장에게 건넸다. 사회자가 헤리포더를 안내해 회장 앞에 세웠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한국어를 헤리포더가 알아들을 수 있게 헤리포더의 귀에는 영어로 들린다. 이 장면 역시 헤리포더는 정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알아챌 수가 없다.
“에, 지금부터 오늘의 축제를 빛낸 영국의 헤리포더 소년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념품은 (삼*전자)에서 특별히 제공하는 세계적인 일등 스마트폰 ‘ 럭서리 미래폰 999(쓰리나인)’을 대회 본부장께서 전달하시겠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김민상 위원장이 상자를 열더니 반짝 반짝 빛나는 최신 스마트폰을 꺼내 높이 들어 보이곤 도로 상자에 넣어 헤리포더의 손에 쥐어주었다. 헤리포더도 벌써 삼*의 스마트폰 ‘럭서리 미래폰 999’ 이라면 이미 그 명성을 알고 있었던 터라 기분이 좋아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 회장과 악수를 끝내자 핸드폰을 든 오른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헤리포더 팬들의 꽃다발도 전달되었다. 기념품 전달이 끝나자 헤리포더는 다시 관중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금방 빗자루를 타고 곧장 무대 바로 위로 떠 오르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또 한번 우와! 하며 환성을 지르며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다. 삼*전자 핸드폰 상자와 꽃다발까지 안고 떠 오른 헤리포더는 서서히 동해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관중석에서는 여전히 환성과 박수가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그 때!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어어? 어디 갔지? ”
수많은 관광객들의 눈은 공중을 향한 채 없어진 헤리포더를 찾느라 고개가 아픈 줄도 모른다.
“어어? 아까 홍길동호 처럼 사라졌네?”
빗자루를 탄 헤리포더는 홍길동의 둔갑술과 마찬가지로 마법을 부려 투명술을 써서 지금 중앙무대 위를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으나 관중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때 헤리포더의 귀에 영어로 말이 들렸다.
“어이, 이봐! 나 홍길동!”
“뭐? 홍길동?”
“그래 놀라지 말게, 나 홍길동이야. 손님을 초청해놓고 사람들에 시달려 나갈 수가 없어 미안해, 자 자네도 지금 빗자루를 탄 김에 아주 고향으로 돌아가게. 나중에 어린 친구들에게 걸리면 곤욕을 치를 거야.”
이 소리를 들은 헤리포더도 그렇겠구나 싶어
“맞아. 그게 좋겠군. 그래 나, 이 길로 그냥 내 뺄 거야. 이담에 다시 만나. 그럼 안녕!”그리고 곧장 중앙무대를 벗어나 솔밭위를 지나고 있다.
홍길동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헤리포더를 다시 불렀다.
“어이, 잠깐! 내 사회자의 핸드폰에 연결했어. 떠나면서 인사나 간단히....”
“아, 그거 좋은 생각일세. 좋은 선물도 받고 그냥 내빼서야...”
“자, 됐어. 어서 말해봐. 사회자의 귀에는 한국어로 자동통역이 돼.(똑)”
이 소리를 들은 헤리포더가 놀라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전 헤리포더입니다.”
사회자가 깜짝놀라 응답했다.
“어이구, 헤리포더!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 좋은 선물까지 받고 지금 떠나면서 인사를 드립니다. 홍길동축제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빌며 떠납니다. 여러분! 안녕!”
지금 이 말은 사회자의 핸드폰을 통해 한국어로 거기 모인 모든 관중들도 들을 수 있게 확성기로 들리고 있다. 이는 홍길동의 만능리모컨의 작용이다. 이 말이 끝나자 누가 먼저였는지
“앗 저기 헤리포더다!”하고 소리 지르자 일제히 솔밭 쪽 하늘을 쳐다보니 헤리포더가 투명술을 벗고 꽃다발을 흔들며 솔받 위를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헤리포더가 영국으로 떠납니다. 안녕!“
헤리포더가 꽃다발을 흔들며 서쪽 하늘로 방향을 틀었다. 관중들의 열광적인 손 인사를 받으며... 영국의 헤리포더는 서편 하늘 가로 가물가물 작아지더니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