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본 가정 교육
나는 서울시 초등학교 교장단 일본교육시찰단원의 한사람으로 일본 교육계를 둘러보러 갔었습니다. 내가 서울가동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의 이야기이니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얘기입니다.
그 날 일본 교육청 관계자의 강의(주제 : 일본교육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를 듣고 밖에 나온 나는 이왕 일본에 왔으니 일본가정교육의 실상을 한 번 알아보고 싶어 안내자를 돌아보며 이렇게 물었답니다.
“저. 안내 선생님. 저 한 가지 물어 볼 게 있어서...” 그가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저, 이왕 일본에 왔으니 일본 엄마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가정교육을 하는지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싶은데...어디 좀 안내해 줄 만한 가정이 있는지요?”
그가 잠시 말없이 걷고 있더니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머금고
“네. 그것 참 좋으신 생각이군요. 마침 제가 잘 하는 가정이 있는데 내일 강의가 끝나고 그리로 안내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약속한 날 주차장에서 만난 그는 나를 차에 태우더니 그가 잘 안다는 어느 가정으로 인도해 갔습니다. 그 가정의 초인종을 누르려다 말고 그가 나를 돌아보며 한마디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저, 교장 선생님.... 노파심에서...한가지만....”
*노파심 [老婆心] - 지나칠 정도로 남의 일을 걱정하는 마음.
그가 이렇게 머뭇거리기에 나는 지체없이
“에, 염러마시고 어서 말씀 하십시오.”
“네. 사실은 이거 한가지만은... 좀... 미안 스러워서... 하며 머뭇거리더니, ‘요것 한가지만 노파심에서 말씀드려 둡니다.’ 했답니다.”
“에, 어려워 마시고, 어서 말씀....”
하자 그가 각오가 되었던지 이렇게 입을 열었답니다.
“저, 일본에서는 어느 가정이나 자기 신발을 벗고 내실로 올라설 때 신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것이 기본으로 돼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지체 없이
“아, 그럼요. 여부가 있겠어요? 암, 나도 명심하리다.”
이렇게 다짐했더니 그가 금방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일본여자 특유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문이 열리며 호들갑을 떨다시피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정중이 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우리도 덩달아 허리를 깊숙이 숙여 답례하자 ‘하이 하이! 이랏사이 마세!(네, 네, 어서 오세요.)하는 인사말과 함께 연신 웃음을 머금고 두 손님을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답니다. 나는 그 안주인의 공손한 환대에 너무 너무 정신이 팔려 몸 둘 바를 모르고 따라 내실로 올라갔답니다. 그러자 그 안주인은 날렵하게 자부동(방석)을 내려 펴더니 편안히 앉으라고 권하자, 정말 기분 좋게 편안히 앉아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만족한 기분에 사로 잡혀 있었답니다. 좀 지나 안주인은 일본특유의 차와 다과를 내오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공손히 차를 따르고 있을 때 밖의 초인종이 울렸답니다.
“어이구. 우리 집 애가 지금 하학 해서 오나 봅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 그 부인이 일어서 나간 후, 그제야 난 내가 내실로 들어올 때 벗어 논 현관의 내 구두를 바라보았답니다.
아, 아뿔싸! 이런 변이 있나! 들어오기 전에 그토록 당부하며 일러주었던 구두가 볼상 사납게 여덟 팔자로 삐딱하게 누워있는 게 아닌가? 다른 이들의 신발은 나란히 사이좋게 누워 있은데... 나는 그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화끈거리며 식은땀이 흘러내려 손수건으로 연신 훔치고 있으려니 안주인이 문을 열자, ’(타다이마!) 엄마, 다녀왔습니다‘ 어린 꼬마 소녀를 데리고 들어섰습니다.
*(타다이마!) - 'ただいま かえりました'의 준말 : 지금 다녀왔습니다)
“얘야! 어서 올라가 인사드려라. 한국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오셨단다.” 그 안주인이 아이 가방을 벗겨 들고 내실로 올라왔고 뒤따라 꼬마 소녀가 올라서다 말고 도로 뒤로 돌아서더니 한국 교장 선생님의 삐딱한 구두를 나가실 때 신기 좋게 돌려놓고 올라오는 게 아닌가? 아, 이렇게 깜찍하고 착할 수가! 나는 그만 까무러칠 뻔했답니다. 아, 어쩜 일학년 짜리 꼬마가? 나는 거기서 정말 가슴 찡힌 감동으로 나를 울리는 그 어린 꼬마 소녀를 정말 꼭 안아 주고 싶은 충동으로 감동 받고, 오늘도 이렇게 나의 부끄러운 실수담을 마다않고, 우리 한국의 어머니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아하, 바로 이거로구나’ 일본교육의 힘은 바로 일본의 가정 교육을 담당한 어머니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우리나라 교육도 가정의 어머니부터 변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바입니다.
그 교장 선생님의 강의는 거기서 끝났지만, 윤서 어머니를 통해 또 이렇게 감동으로 아들 윤서에게 전해지고 또 독자들에게 전해 지고 있는 중이다.
“아하,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정말 가슴 찡한 그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에 저도 크게 감동되네요. 엄마! 나도 앞으로 그렇게 신발 정돈을 잘할게요. 아 정말 멋진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