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의 선물 신판홍길동 전

 

 

뭣이! 도둑들이 다 털어갔다고?”

 

, 그러하옵니다. 마마!”

 

평안감영에서는 官軍(관군)을 거느리고도 도둑 떼를 잡지 못했단 말이냐?”

 

*감영 - 조선시대, 팔도에 파견된 감사가 직무를 보던 관아를 이르던 말 / *초등생을 위한 낱말뜻 풀이 소설책 하단 여백의 주석란(여백)에 별도 편집해 주세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도둑이라도 여느 도둑과 달라 보통 날랜 놈들이 아니라 하옵니다.”

 

도대체 얼마나 날래면 그 많은 관군을 동원하고도 도둑 하날 못 잡았단 말이냐? 도대체 도둑의 두목은 어떤 놈이냐?”

 

, 도둑의 두목은 홍길동이란 자이 온대 에 번쩍 西에 번쩍하며 신출귀몰한다는 소문이 자자하옵니다. 마마!”

 

허허, 아무리 신출귀몰해도 그렇지, 도대체 평안감사(도지사)는 낮잠을 잤다는 말이냐?”

 

황공하오나, 얼마나 날쌘 놈인지 눈 깜짝할 새 털어가고 남은 것은 활빈당이란 쪽지만 남긴다고 하옵니다.”

 

*활빈당 - 예전에,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하여 결성된 도적의 무리.

 

 

뭣이라고 활빈당이면...?”

 

, 전하, 과거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날뛰던 洪吉童(홍길동), 그자이옵니다.”

 

허허, 고얀 지고! 지체 말고 어서 잡아들이도록 하라!”

 

 

희야! 참 재미있다. 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나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사람치고 홍길동 소설을 보지 않고도 홍길동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저기 서 전해 들은 홍길동 이야기보다 진짜 홍길동 소설을 읽어야 제맛이 난다는 걸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 홍길동전을 읽어서 아는 게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구전되어오는 이야기로나 만화를 보고 아는 정도가 고작이지, 정작 홍길동전 소설을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홍길동이 얼마나 유명하면 우리나라 사람치고 초등학생은 물론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할머니로부터 삼척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홍길동은 진짜 소설을 보아야 제맛이 나지, 그냥 흘러 다니는 이야기로만 알아서는 제맛을 느낄 수 없다.

 

상감마마, 요번에는 함경 감사가 당했다 하옵니다.”

 

*감사 - [같은 말] 관찰사 / 조선 시대에 각 도의 으뜸 벼슬(요즘의 도지사)

 

 

아니, 당하다니?”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도적들이 함경감영에 불을 지르고 창고의 재물을 다 실어갔다 하옵니다.”

 

허허, 함경 감사는 도둑 하나를 잡지 못하고 뭘 했다는 말인고?”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백성들로부터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노라. 는 활빈당 쪽지만 남기고 사라졌다 하옵니다. 마마!”

 

에이 고얀 것들... 지체 말고 관군을 동원해 어서 잡아들이도록 하라.”

 

네에 -”

 

 

하하하... 참 재밌다.”

 

윤서는 오랜만에 짜릿한 느낌이 나도록 소설책으로부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참 재미를 느꼈다. 윤서의 본명은 정윤성이다. 윤성이 윤서로 변한 것은 윤성의 동생 민지가 어려서부터 발음하기 좋은윤서 오빠라고 부른 데서부터 친구들이나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 돼버렸다. 이해심 많은 윤성은 친구들이 윤서라고 불러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굳어 버렸던 것이다.

 

지금 윤서는 홍길동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재미란 이런 것이구나. 재미에 흠뻑 빠진 윤서는 정말 오랜만에 우리 고전 홍길동전에 푹 빠져있다.

 

*고전 - 옛날의 의식이나 법식. /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

 

 

정말 재미있다. 한마디로 맛이 있다. 바로 이것이 책의 맛이다. 독자를 맛 나게 하는 책의 맛!

 

 

 

'소년 홍길동전' 소설책을 넘기던 윤서가 너무 너무 재미있어 웃으며 엄마를 돌아보았다. 윤서의 코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윤서는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윤서의 어머니는 지금 주방에서 부침개를 지지고 있다. 윤서는 책에서 맛을 음미하곤 지금 또 음식 냄새로 맛을 느끼고 있다. 코를 자극한 음식 맛의 냄새! 부침개는 윤서의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렇게 냄새로 벌써 자신을 선전 하고 있는 셈이다. 광고 효과는 이미 만점인 셈이다.

 

윤서가 좋아하는 부침개는 해물파전이다. 해물 중에서도 오징어를 넣어 부친 것을 제일 좋아한다. 윤서뿐이랴? 말라서 딱딱하니 굳은 오징어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생오징어를 넣은 해물 오징어라면 꼭 윤서뿐이랴?

 

알맞게 익은 오징어 살은 꼬들꼬들하니 씹히는 감촉부터가 아이들의 미각을 홀릴만하다. 윤서가 홀릴 수밖에 없는 오징어가 윤서의 입에 군침이 돌게 한다.

 

우리나라 부침개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밀가루 반죽에다 파, 부추 같은 채소를 썰어 넣어 부치기도 하고 조갯살, 동태 살을 넣어 부치기도 한다.

 

원래 우리나라는 튀김 음식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해 부침개 정도가 고작인 편인데 부침개는 다른 말로 지짐이또는 이라고도 하고 빈대떡이라고도 한다. 흡사 빈대처럼 둥그스름하니 납작하다고 해 생긴 별칭인지 꼭 걸맞은 이름이다. 특히 옛날에는 녹두전을 많이들 해 먹었고, 어른들은 약주 안주로도 안성맞춤이어서 곧잘 부쳐 먹었다. 안주로는 또 파전을 주로 하고 거기다 굴이나 오징어, 조갯살 등을 넣어 해물파전을 부치면 일품이다.

 

윤서가 좋아하는 것도 이 해물파전이다. 바로 그 때 어머니가 해물 부침개를 접시에 담아 갖고 윤서 방으로 들어오셨다. 벌써 방안이 기름 냄새로 구미를 돋우고 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 혼자 웃어 쌓니?”

 

, 엄마! 엄마도 홍길동전 보셨어요?”

 

그럼, 어려서 보았지. 조선 중기 허균 선생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이잖니?”

 

그래요? 엄마,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면 꽤 오래 전의 소설이네요?”

 

그러엄. 선조, 광해군 때이니 지금부터 약 400 년 전 쯤의 소설이지 아마. 잘 읽어보렴. 참 재미있단다.

 

....

 

*허균 : 양천 허씨. 조선 중기 (1569- 1618. 선조 ~ 광해군)의 문학가로 호는 교산이고 여류 문학가인 허난설헌이 그의 누이가 된다. 일찍이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로는 좌참찬에 이르렀으나 세 번이나 파직 당하는 등 관운은 그리 순탄치는 못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집필하여 더욱 유명하다.

 

..

 

윤서는 홍길동 말만 들었지 초등학교 6학년이라도 아직까지 만화는 보았지만 정작 소설로 된 홍길동전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어린이날 기념으로 아버지께서 선물하신 신판 소년 홍길동전을 읽게 되었다. 윤서가 알기로는 반 아이들도 홍길동 만화는 거의 보았지만 정작 소설로 된 홍길동전을 본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윤서는 부침개 중에서 오징어 다리만 쏘옥 빼 먹었다. 윤서는 해물파전 중에서도 오징어, 오징어 중에서도 다리를 무척 좋아한다. 오징어다리는 몸통보다 꼬들꼬들하니 씹히는 맛이 좋아 다리만 빼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어머니는 특별히 오징어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