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윤서야! ”

“우와! 정말 멋지다, 세상에 이렇게 시원한 영화는 처음이야. 얘! 난장이 부하들이 정말 날쌔게 싸우네. 게임 영화 보다 더 재미있어. 길동아! 어쩜 영국에서 일어난 일을 여기 앉아서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지?

“그거, 뭐가 어려워? 너희도 비디오로 녹화까지 하잖아? 그리고 캠코더로 동영상도 찍고.”

“그야 뭐 약간씩 하지만 영국까지 금방가고 오고, 또 박물관에서 아이들 머리위에까지 날아가서 말하고, 하늘에서 난장이 인형들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까지 동영상으로 재생한다는 건...”

“물론 그 건 율도국의 이 홍길동의 둔갑술이니 이승 사람들은 불가능하지.“
”그래, 헤리포더들 용서했어?“

“그럼, 너무 불쌍해서 용서 해줬지. 또 까불면 더 혼내줄 수도 있어. 그러나 뉘우치고 반성하면 봐줘야지. 안 그래?”

“맞아, 너 아주 너그럽구나, 옛날 사람이.”

“사실 옛날에는 이런 인정도 많아 사람 사는 맛이 있었지. 요즘은 뭐야, 인정은커녕 인간 윤리가 땅에 떨어져 제 아비를 때려 죽여 시신을 5개월씩 방에 방치 해둔 20대도(190522)있었고 인천에선 어린 중학생 넷이 친구를 몇 시간씩 때려 옥상에서 떨어져(190516) 죽게해, 소년범죄이지만 몇 년씩 징역형을 받았지. 그 뿐이 아니야. 어린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곤 토막내 암매장 까지 하는 막가파 세상이잖아?

엊그제 뉴스에 보니, 지하철 전동 찻간에서 노인과 나란히 앉은 어떤 젊은 녀석이 다리를 무릎에 올려 꼬고 앉았기에 옆의 노인승객이 옷에 구두가 닿으니 좀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반말로‘뭐야? 누구 보구 내려라 마라 해? A C 발! 니가 뭔데? 하며 저의 할아버지뻘 되는 팔십 노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폭언을 퍼붓고 난동을 부리는 꼴도 보았어. 참 어이없더군. 더 기가 찬 건 말리는 젊은이가 없어. 이렇게 윤리가 땅에 떨어졌으니, 쯧쯧쯧... 또, 요즘 부산인가 어디 저축은행에 돈 맡겼다가 도둑맞고 찾지 못해 안달하는 불쌍한 서민들을 보니 참 누굴 믿고 저축을 하겠어? 은행을 감독하는 감독기관이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감사원까지, 더 나아가 범죄자를 다스리는 판 검사, 경찰 간부들까지, 그 뿐이던가 국회의장과 총리실 보좌관들과 대통령 보좌관과 친인척까지 범죄에 합세했다니 거의 다 도둑놈들이야. 그 뿐이 아니더라 얘!... 참.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 야구 같은 인기 있는 운동경기에서도 돈 받고 승부조작까지 하는 세상이니... 이젠 썩지 않은 구석이 없어. 참 세월도.... 쯧쯧쯧...”

길동이 혀를 차자 윤서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어 그도 덩달아 .

“그러게 말이야. 이런 끔찍하고 부끄러운 뉴스가 매일이니. 쯧쯧쯧...”

겨우 이렇게 대꾸하고 말았다.

“근데 그것뿐이 아니더군. 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대들보가 튼튼해야 하는데, 나라의 중심이 교육이 아니겠어? 요즘 뉴스 보니 학교가 온통 난장판이 되어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 테 절절매고 끌려 다니며 적당히 시간만 때우고, 아이들은 선생님 알기를 우습게 여기며 놀려대고, 꾸짖으면 대들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놀리는데, 훈계의 회초리를 들 수 없다니 참으로 한심해. 그 뿐인 줄 알아?

더 기가찬 건 여선생님을 자기 애인 다루듯 희롱한다니 허허, 참, 나라가 큰 일 났더라. 교사가 학생을 장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으니....쯧쯧쯧...”

*장악 - 손안에 잡아 쥔다는 뜻으로, 무엇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됨을 이르는 말

 

윤서는 점점 얼굴이 뜨거워 고개를 숙이고 있으려니 길동이 내친 김에 한마디 더 뱉았다.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나라살림 맡은 나랏님부터 교육은 뒷전에 두고 경제도 못 살리면서 백성들 환심이나 사려고 온 나라가 무상 복지 타령만 벌이고 있잖아?

공짜라면 고래도 춤 춘다 텐데... 나라 장래가 정말 암담해. 세상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지? 나라 경제는 *총이 망치고, 학교교육은 깡*조가 망친다더군. 참, 한가지 빠뜨릴 뻔 했네. 내가 이승으로 나들이를 떠난다고 하느님께 인사드리러 갔다 올 때 조선시대 세종대왕을 만났어. 어떻게 알고서... 날 만나러 나와 기다리던 중이래.”

“그래서 웬 일이냐고 물었지. - 세종대왕께서 꼭 한 가지 부탁은... 대왕이 만드신 천지인에서 태어난 살아있는 ᄒᆞ늘글, 우리ᄒᆞᆫ글을 쓰는 지금 사람들은 그 가치를 모르고 아래ᄋᆞ라고 천대해 귀중한 으뜸 글자(씨ᄋᆞᆺ글자) ᄒᆞ늘ᄋᆞ(), ()모음까지 폐기했다면서 아주 서운해 하시더군.”

“아, 그러시던가? 나도 아직 그런 뜻도 모르고 있었지”

 우리ᄒᆞᆫ글은 애초부터 ᄒᆞ늘에서 태어난 살아있는 ᄒᆞ늘글이래. 우리나라가 폐기했다는, 이를테면 아래ᄋᆞ()가 우리ᄒᆞᆫ글 28자를 낳은 어미모음이자, 글씨ᄋᆞᆺ이래. 특히 이 씨ᄋᆞᆺ글자 점()은 우리ᄒᆞᆫ글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문자를 만들어 내는 시조글자라고 하시더군. 그래서 내가 어떻게 그런 말씀을....하고 되물었더니. 보기로 어떤 글자를 쓰려면 씨ᄋᆞᆺ글자가 첫점()을 찍고 밀지 않으면 글자가 생겨나지 않는다더군.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실 그렇더군. 아하...난 여기서 탄복했다네.“

”아하...나도 이해가 가네. 우리가 폐기한 ᄒᆞ늘ᄋᆞ 천(ㆍ)모음이 첫점을 찍고 밀지 않으면 글자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해 하겠네. 아...과연 탄복할 일이로군. 아 위대한 세종대왕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는걸...“

”네가 잘 들었으니 내가 떠난 후에라도 이를 잘 홍보해줘. 생각없이 지워버린 아래ᄋᆞ()라는 ᄒᆞ늘 ᄋᆞ()를 되살려 쓰도록 말이야.“

”좋은 말씀. 나도 꼭 그렇게 할 게“

 

 

400 년 전 옛날 사람 홍길동이 세종대왕을 만나고 와서 중대한 정보를 알려준 마지막 밤이다.

길동은 손님아라고 침대에 재우고 윤서는 방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이렇게 나라 걱정을 늘어놓다가 누가 먼저였는지 어느새 꿈나라로 들어갔다.

 

 

( 28)길동이 율도국으로 떠남

그 동안 재미있는 홍길동 소동도 벌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길동은 오늘 자기네 나라 율도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고향 나들이를 나왔다가 뜻하지 않게 상처까지 입었던 길동은. 그 어간에 윤서라는 착한 친구를 만나 사귀었다는 것이 소득이면 큰 소득이었다.

길동은 윤서가 아니었으면 이승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길동으로서는 정말 목숨을 건 순간이었다. 말하자면 윤서는 홍길동의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이번 길동의 고향 나들이 길은 해저나 호수 땅 밑의 율도국으로 가기 때문에 UFO를 타고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육로로 갈때는 보통, 문경 가은 성밑마을 뒤 모산의 모산굴(옛 활빈당 본거지)로 드나들지만 오늘은 호수로 가기 때문에 산정호수나 속초의 영랑호로 갈 참이다. 이미 지구상에 날아다니던 비행접시의 출몰 역시 바다에서 솟아오르고 사라질 때도 바다로 곤두박질치듯 사라졌다는 보도가 있듯이.

율도국의 UFO도 바다로 출입하기도 하지만, 호수를 이용하기도 한단다. 율도국 출입구 역할을 하는 호수로는 산정호수와 속초의 영랑호, 창원의 주남저수지, 창녕의 우포늪, 그리고 백두산 천지 또 길동의 고향 장성호 등 그 외 비밀로 돼있는 서너 곳을 합쳐 예닐곱 군데의 국내 호수 외 중국의 차간 호 러시아의 바이칼호 등 외국의 호수로도 출입한다고 한다.

오늘 길동은 산정호수로 갈 참이다. 윤서는 길동을 산정호수까지 배웅하기 위해 동생 꽃지랑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네 식구가 윤서가 이미 만들어놓은 짚신 하늘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윤서야!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 나, 너를 만난 게 퍽 다행이었어.”

“별 말씀! 뭘 새삼스레 거창한 인사를...”

“ 아니야. 난 정말 너 아니었으면 이승에 나왔다가 아주 떠돌이 귀신이 될 뻔했어. 이 상처를 치료 못 했더라면 말이야.“

윤서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얼른 되받았다.

“그야 뭐, 오박사님이 다 치료했지 뭐. 내가 해 준 게 뭐가 있어? 난 너를 만나 희한한 구름타기 체험도 하고 하늘 배도 만들어 대상도 받고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

“얘, 윤서야 아무튼 고마워. 그래서 말이야. 그 보답으로 내가 갖고 있는 이 만능리모컨(율도폰)을 선물로 줄게 잘 간직하고 잘 써어. 자아 - ”

윤서가 눈이 둥그래, 설마 이 중요한 걸 정말 주나, 하고 받지도 않고 놀라 쳐다보고 있다.

“자 어서 받아.”

“아니야. 율도국에서 써야할,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내가 받는다는 건....”

“괜찮아 집에 가면 또 있고, 앞으로 많이 만들 거니까 너에게 만은 하나 줘도 괜찮아. 자...”

윤서가 기쁘기도 하고 한편 놀라 어벙하니 쳐다보다가 받았다. 흡사 가스 라이터같이 생긴 작은 리모컨 겸 핸드폰같다.

“내, 이것을 길동이 보듯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간직해야지.” 하며 목에다 걸었다. 그러고 일어서더니 벽에 걸린 안동 하회탈 목걸이를 벗겨 길동의 목에 걸어 주며

“이건 보잘 것 없는 것 같아 좀 마음에 덜 차지만 나의 성의로 받아두고 나 본 듯이 걸고 다녀!”

“그래, 고마워. 특이하게 생긴 한국고유의 예술품이군.”길동이 하회탈 목걸이를 만지며 미소를 흘렸다.

“작년 여름방학 때 민속촌 안동하회 마을에 갔을때 사온 거야. 아주 특이한 스마일 목걸이야. 우리 우정의 기념으로...”

“고마워. 자, 그럼 그 리모컨 사용법을 대강 설명할 게....”

윤서가 진지한 얼굴로 길동을 쳐다보고 있다.

“ 우선 여기 봐. 요 별표는 태양광 자동 충전 키야. 주인은 몰라도 돼. 이 키가 에너지가 줄어들면 자동으로 충전돼. 우리 율동국의 날비(비행접시)도 태양광으로 충전돼 움직여. 방마다 태양빛을 끌어들여 밝히고 에너지 역할을 해. 그리고 앞으로 너의 짚신배도 이 리모컨으로 조종하면 되는 거야 자 그럼 여기다 네 비밀번호를 입력해 둬야해.”

“내 비밀번호? ”윤서가 리모컨을 살피며 길동의 설명을 듣고 있다.

“그래, 최초의 비밀번호를 잊으면 안돼. 그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도우미 버튼을 누르면 도우미가 나와. 뭐든 물어보는 대로 가르쳐 줘. 어디 한 번 눌러봐. 도우미를 뜻하는‘도’를 누르고 114를 눌러, 도우미가 나오면 물어봐. 도우미는 실체(몸)가 없는 사람이야.”

윤서는 어안이 벙벙해 입을 벌린 채 속으로 감탄만 하고 있다가

“어디 한 번 눌러볼까? 음‘도’를 누르고 전화번호 물어보기처럼 114를 누른다. 아, 나왔다! ”

‘주인님, 부르셨습니까?’흡사 일본 스모선수같이 뚱뚱한 녀석이 나왔다.

“그래, 이 리모컨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찾지?”

‘네, 주인님의 전화나 핸드폰에 주인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다시 비밀번호를 거구로 누르면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리모컨의 위치까지 찾아가 다시 비밀번호를 누르고 다시 거꾸로 비밀번호를 누르면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오호, 이제 알았다. 도우미 들어가!” 도우미가 들어가고 달랑 리모컨 만이 손에 들려있다.

 

길동은 지금 생각해도 윤서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러기에 율도국에서 가장 중요한 보배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비밀이 숨어있는 만능리모컨 목걸이를 선물했다.

옛날 전설에, 착한 어부가 바닷가에서 큰 고기를 잡았다가 살려주었더니, 용궁에 초대되어 용왕님으로부터 쌀도 나오고 돈도 나오고 집도 지어준다는 여의주를 선물 받았다는 전설에서와 같은 귀한 보물을 길동이 선물한 셈이다.

*여의주 - 용의 턱 아래에 있는 영묘한 구슬. 이것을 얻으면 무엇이든 뜻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길동이 율도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윤서는 식구들과 길동이를 아파트 앞 까치동산 경로정 마당에 미리 가 있으라고 한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떠나는 길동은 옛 활빈당 홍길동 정장차림이다. 경로정은 이 마을 할아버지들이 노는 정자를 말한다. 윤서는 책꽂이 위에 얹어두었던 짚신하늘 배를 안고 옥상으로 올라가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어? 벌써 작동해 하늘 배가 크게 변했네? 누런 황포 돛이 눈에 띄게 환하다.’

이는 말 할 것도 없이 홍길동의 둔갑술이다. 윤서는 배에 오르자 길동이 준 만능리모컨으로 바로 조타키를 조작해 옥상위로 떠 올랐다.

그는 얼른 방향키를 잡고 까치동산 쪽으로 선수를 돌렸다. 앞동산 소나무 아래에 가족들이 모여선 게 보였다. 윤서 어머니는 아들의 하늘 배 안전을 위해 두 손을 모아 쥐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 때 길동은 윤서가 타고 오는 하늘 배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배꽁무니에선 흰구름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오색테프가 바람에 포르르 날리며 흡사 배가 은하수를 가르고 떠 가는 것 같다. 황포돛이 바람을 받아 배가 알맞게 불룩하다. 뒤늦게 하늘 배를 본 꽃지가

“오빠아- ”

하고 소리 지르며 손짓했고 아빠와 엄마는 너무 놀라 입을 딱 벌리고 진짜 우리 윤서가 하늘 배를 몰고 오나하고 쳐다보았다. 이윽고 하늘 배가 동산 정자 앞 공터에 내렸다. 경로정 노인들도 이상한 짚신배를 돌아보며 신기해했다. 누런 황포 돛은 미풍에 흘든거리고 뱃전 옆구리에는 ‘샛별호’라는 하늘 배 이름이 붙어 있다.

“야, 우리 윤서 대단하다. 언제 이렇게 만들어 두었지?”아빠의 칭찬의 말이다. 온 가족이 배에 타자 드디어 하늘 배는 서서히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정자에 나와 있던 동네 노인들이 웬 배인가 했더니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하고 있다.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세상이라, 밤새 이런 하늘배가 시중에서 판매하는가보다 하고 서로 수군거렸다.

배가 수원골프장 위를 날 때 윤서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골프장의 골퍼들도 놀라 잠시 운동을 멈추고 짚신모양의 하늘 배를 쳐다보며 놀라워하고 있다.

“윤서야, 너 어느새 이런 배를 만들어 두었지? 우리 윤서 대단하다, 이제부터 다시 봐야겠는걸.”

“그러게 말이에요. 요즘 애들은 옛날과 달라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이런 것도 발명하고... 아, 글쎄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과학’ 교과서의 과학문제는 옛날 우리가 배울 때의‘자연’교과서하고는 영 딴 판이에요. 실용적인 생활 과학으로 저네들이 배운 것을 이렇게 즉석에서 응용할 수 있는 교육의 힘이 무척 커졌네요.”윤서 어머니의 말이다.

“정말 장하다, 우리 윤서!”

“이게 다 길동이 덕이죠 뭐, 이름이 하늘배라고 하지만 장난감 짚신배를 길동의 둔갑술로 이렇게 크게 둔갑시켜 준 것 뿐이에요. 우린 아직 멀었어요. 길동이네 율도국엔 벌써 드넓은 우주 공간을 오가는 UFO 까지 이미 만들어 놓았다는군요. 그 동안 세계 각처에 출몰했던 비행접시가 다 율도국의 비행접시 시운전으로 일어난 현상이라는 군요. 안 그래? 길동아! 참, 지난 3월 멕시코 캠페치 상공에 나타났던 16개의 UFO도 율도국의 비행접시라고 했지? 길동아!”

“뭐, 별 것 가지고 그래.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지난해 3월에 처음 우리 날비 소대를 몰고 시운전 삼아 한 바퀴 돌고 왔어. 멕시코를 둘러보고 올때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관광지 ‘빅 베어 레이크’도 둘러보았지. LA에서 동쪽으로 130마일 거리에 2930m 의 높은 샌버나디노 산위에 유리처럼 맑은 새파란 호수가 있더군. 여름철엔 모터보트와 수상스키로 유명하고 설산의 산자락에는 연중무휴 스키장으로도 유명하대. 내려가 가까이 구경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지만, 다음엔 망원렌즈 창을 달아야겠어. 자세히 볼 수 있게. 다행이 사고 없이 무사히 시운전이 끝나 이제 실용단계에 들어갔어.”

윤서는 물론 윤서 부모님까지 진지한 모습으로 듣고 있다.

“시운전이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살살 세계의 구석구석을 둘러 봐야겠어. 집에 돌아가면 우선 한국부터 둘러보려고 해. 우리나라에선 아직 UFO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애. 지난 번 멕시코에 다녀오기 직전에도 한국의 가평, 울진, 문경 지역을 몇 번 둘러보기도 했는데, 여태 눈치도 못 챈 것 같더군.”

“아, 그랬어?”윤서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대답했다.

“아, 참 엊그제(19. 8. 7) 잠깐 나들이 다녀왔지. 산청군과 지리산 자락을 종주해 돌아왔는데, 한국의 국방부에서 그 시간에 레이더에 찍힌 것이 없다면서 아마츄어가 찍은 커다란 동영상을 무시해 버리더군.”

“길동아, 너의 날비는 스텔스 장치로 보이지도 않고 레이더에 걸리지도 않차나?”

“네 말이 맞아. 더 이상 신경 쓸 것 없어. 참 아버님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어요. 언젠가 또 만날 때가 올 겁니다. 윤서야, 그 때까지 공부 잘하고 건강해야지. ”

“그래, 알았어.”윤서가 조타키를 잡고 앞을 응시하며 한 대답이다. 조타키는 흡사 아이들 장난감 무선 자동차 운전용 십자 리모컨 같다. 길동이 윤서를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요전에 마지막 다리 치료하고 나올 때 그 옆의 소아병동의 어린이 환자 엄마가 참 딱한 이야기를 하던데, 내가 바빠서 자세한 얘기 못 들었어. 네가 자세히 알아보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핸드폰을 쳐, 참 그 핸드폰 사용법 알지? 만능리모컨 말이야. 오전에 설명한대로야. 그리고 모르면 그 밑에 도우미 버튼 눌러 알아봐. 거기에 물어보면 도와 줄 거야. ”

윤서는 만능리모컨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어디 눌러 볼까? 음 도우미 ‘도’ 자를 누르고 114라고 했지?”

‘예,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말씀하십시오.’

“어어? 참 아라비안나이트의 요술 램프에서 나온 거인 부하 같군. 그래 여기 빨간 버튼은 어떻게 쓰는 거지?”

‘네, 그것을 누르면 홍길동과 직접 통화 할 수 있고, 화면을 보고 싶으면 빨간 버튼을 두 번 누르세요’

임무를 마친 도우미는 이미 들어갔다.

“아, 이제 알았다. 요 ‘도’자하고 전화번호 모르면 물어 보듯 114만 알면 뭐든 기능을 다 알 수 있으니 다 잊고 몰라도 안심이군.”

“응, 그래, 다만 이 목걸이를 잊어버리면 안돼, 그래서 혹시 잊어버리거나 또 깡패한테 빼앗길 때를 대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두라고 한 거야.. 너만 아는 비밀번호를 입력해두면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어.

“아, 참 희한하네.”

“위치가 확인되면 차 타고 내비게이션이나 핸드폰의 안내를 받아 찾아가서 다시 핸드폰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면 누구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아니면 위치추적으로 근처까지 가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도우미를 불러내 찾아 오라고 하면 금방 찾아올 수 있어. 힘도 무척 세고 무엇이건 척척해 내는 슈퍼 투명인간이야. ”

“야, 그것참 기가 막히는구나, 길동이네 율도국은 언제 이토록 발전했니?” 윤서 아버지가 한 말이다.

“우린 이미 옛날 세종대왕 때의 장영실 선생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 박사들을 초청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실험이 끝나 지금 활용하고 있답니다. 학자라면 의학계의 허준 선생, 유전 식물학자 우장춘 박사, 천문학자 장영실 선생, 고려말의 무기 화약 계통의 최무선 선생 등 우리나라의 고인이 된 모든 과학, 의학 등 여러 학자들을 동원하여 지금 깜짝 놀랄만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아직 발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아마 미국이 알면 기절 할 것입니다. 한 가지만 귀띔해드리면 인공위성도 감쪽같이 끌어내릴 수 있고 외계로 빼돌릴 수도 있답니다.”

“아하,...”

윤서 어머니가 입을 딱 벌리며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때 윤서 아버지가 물었다.

“이봐, 길동아! 그 박사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도움을 받으면 안 될까?”

“아버님, 참 좋은 질문이십니다만. 실은 이미 고인이 된 그 분들을 초빙했다지만 경계국인 우리 율도국에서의 일이지 여기 인간 세상에까지 나올 수는 없어요. 전혀 불가능합니다.”

“아 암, 그럴 테지. 나도 짐작은 했었지만....”

“그러나 여기 인간 세상의 유명한 박사님은 우리 율도국에 초청해다 연구하고 되돌아오곤 할 수는 있답니다. 지금 우리 율도국에는 여기 한국의 유명한 박사님도 몇 분 와있답니다. 이건 아주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 유감입니다만.”

“암, 그것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