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 경찰관 검문
길동은 뜻하지 않게 고향땅에 왔다가 이렇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어어? 벌써 날 잡으러 여기까지 왔네. 그러나 아무리 뛰고 나는 경찰관이라도 책속으로 피신한 홍길동을 찾아낼 수는 없다. 책속에 들어간 길동은 밖의 상황을 속속들이 다 듣고 있다.
백차에서 내린 경찰관 둘이 윤서네 승용차 번호를 확인하더니 윤서의 아버지 정 사장에게 곧장 다가와 인사를 하고 마주 섰다.
“저어, 실례합니다.”
“에, 어쩐 일이오?”
“실례입니다만, 여기 승용차에 홍길동을 가장한 범인이 숨어 있다고 해서...”
무궁화 이파리 세 개의 경장 계급장을 단 경찰관은 연신 말을 하면서도 차안을 기웃거렸다. 그 때 윤서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경찰관은 무슨 의심나는 것이라도 찾으려고 윤서네 가족들을 훑어보았지만 아무런 낌새를 느낄 수도 없었고, 꼬투리 하나 찾지 못했다.
“오오? 이상한테... 틀림없이 여기 이 차에 홍길동이 타는 것을 보았다고 헬기에서 연락이 왔는데... 짚허수아비도 있다던데?”
맞긴 맞는 말이다. 도중 갓길에 임시 주차시켜놓고 홍길동의 다리를 치료하는 것을 하늘에서 분명 보았던 그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지금은 제아무리 과학 수사관을 동원해도 책 속에 든 홍길동을 찾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경찰관은 장성 주차장에서처럼 차 트렁크까지 열어보고 심지어 여행 가방까지 샅샅이 뒤지고 자리를 떴다. 혹시나 홍길동이 둔갑술을 부린다니 난쟁이로 변해 여행 가방에 숨었나하고 말이다. 정작 홍길동은 그림 속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느라 낑낑거리다가 재채기를 할 뻔했다.
기대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관이 머쓱해 떠난 후 윤서네는 깊은 한 숨을 쉬곤 가벼운 마음으로 고속도를 달려 서울로 올라갔다.
그 때까지 차를 몰고 있는 윤서 아버지나 윤서 어머니도 오늘의 기이한 사건들을 떠올리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암만해도 믿기지 않는단 말이야? 몇 백 년 전 홍길동이 아이들 소설책에서 나왔다가 들어가고, 하늘엔 헤리포더 처럼 짚허수아비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다가 곤두박질치고...?’
한편 1차 검문을 마친 경찰백차는 고개를 갸웃하며 옥천경찰서 본서로 달리고 있다. 이때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운전 순경이 귀를 기웃거리더니
“박경장님. 못 들으셨어요? 사람 소리...”
“뭐? 사람 소리라니...?”
“어어? 이상하지...”
운전하는 최순경이 핸들을 잡고 고개를 갸웃하며 운전에 전념하고 있다. 바로 이때 홍길동은 다 들을 수 있는 소리로...
“경찰관 아저씨! 나 여기 있어요.”하고 소리 냈다.
이 소리를 들은 두 경찰관이 동시에 놀라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차를 고속도로 갓길에 세웠다. 그 때 길동이 다시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아저씨! 나 여기 경찰차에 타고 있는데, 웬 시민들 차를 검문하세요?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마세요.”
확실히 홍길동의 앳된 소리를 들은 경찰관이
“그래, 홍길동이 어디있냐?”하고 말하니 홍길동이 대답하기를
“경찰 근무일지 오늘 날짜 갈피를 열어보세요.”했다
이 소리도 분명 들은 두 경찰이 부리나케 경찰 근무일지를 꺼내 오늘 날짜 갈피를 열었다.
“어어!....”
두 경찰이 동시에 놀랐다. 거기에는 홍길동 개릭터가 근무일지 페이지에 붙어 있다가 홍길동 그림이 살아나 사람으로 툭 튀어 나오니 또 한바탕 놀라고 있다.
“아저씨 너무 놀라지 마세요. 나 여기 뒷자석에 나와 있어요?”
“헉!....뭐, 뭐?”
두 경찰관은 너무도 놀라 얼이 빠진 상태로 상체를 뒤로 젓혔다.
“아 ---- 아니?”
뒷자석에 으젓하게 앉은 그 옛날의 홍길동 도련님 복장의 예쁜홍길동 소년이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까지 하는 게 아닌가!
..... (소년 홍길동) .........
.......
“저, 경찰 아저씨! 너무 놀라지 말고, 홍길동 잡아오라는 명령받고 나와서 그냥 빈손으로 들어갈 수야 없잖아요? 서장님께 홍길동 잡아왔다고 보고 하시고 근무일지를 서장님께 드리세요. 저는 400년 전 소년홍길동입니다. 자 그럼 어서 떠나요. 난 도로 책속으로 들어갈 게요. 슛!”하더니 금방 홍길동이 사라졌다.
두 경찰관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머리가 빙글빙글 돌 지경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윽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박경장이 다시 근무일지의 오늘의 갈피를 또 열었다. 슛! 금방 홍길동이 다시 튀어나와
“왜, 안 떠나고 날 불러냈어요? 자 표지를 덮고 어서 본서로 달리세요.”
이제 약간씩 감이 잡힌 박경장이 근무일지 표지를 덮었다. 홍길동도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두 경찰관은 너무도 황당한 오늘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 옥천 )경찰서 본서로 달리는 중이다.
그들이 본서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서장실로 직행했다. 입구의 입초순경과 아는 사이라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서장실 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서장님께 거수경례를 올렸다. 마침 다른 경찰관이 결재차 서장과 마주 섰고 미쓰 강 여순경이 차를 날라왔다. 서장 앞에서 박 경장이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보고를 올렸다.
“저, 서장님. 임무를 잘 마치고, 우리가 쫓고있는 홍길동을 잡아 왔습니다.”이렇게 의기양야하게 보고했다. 서장이 너무도 의아해 어벙하니 미덥지 못한 눈으로 쳐다보며
“아니. 홍길동을 잡았다고?”
“네 바로 여기 잡아 왔습니다.”그는 지체없이 근무일지를 서장께 드렸다. 서장은 무심히 일지를 받아 책상에 놓으면서
“홍길동을 잡았다면 데려와야지 일지는 오늘 근무끝나고 교대조에게 넘기지 뭣하러 벌써 갖고 와!“
”아, 그게 아니라. 홍길동을 잡아 오늘 근무 날짜 폐이지 갈피속에 가두어 왔습니다. 거기 오늘 날짜 갈피를 열어보십시오.“
”아니, 박경장! 날 조롱하는 건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하면서 미쓰강이 갖다 논 찻잔을 들고있다.
”아 아, 아닙다. 분명 그 속에 홍길동을 가두어왔습니다. 어서 오늘 날짜 페이지를 열어보십시오.“ 서장은 차를 입에 한모금 들이키며 왼손으로 오늘 날짜 갈피를 무심히 열었다. 그 때 바로 어김없이 홍길동 개릭터가 근무일지 페이지 종이에 붙어 있다가 금방 사람으로 살아나 툭 튀어나왔다.
”어엇!...“
서장은 뜻 밖에 너무도 놀라 찻잔을 놓쳐 서장책상 위의 덮개유리에 떨어져 찻잔이 박살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서장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다행이 회전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치진 않았다. 그때 의젓하게 앞에 서 있던 홍길동이 입을 열었다.
”서장님. 안녕하세요? 이 두 경찰관이 날 잡아오라는 임무는 여기서 완수했습니다. 자 그럼 나는 떠납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을 검문하느라 괴롭히지 말고 이 홍길동을 잡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난 해코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슛 ----- !“ 하더니 바람소리가 났다.
홍길동을 잡아온 두 순찰경관 말고, 막 나가려던 미쓰강 순경을 비롯 서장실에 있던 다른 경찰관 모두가 얼이 빠져 있는 사이 정작 소년 홍길동은 정말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