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장성 홍길동축제 찾아가는 윤서
한산도를 돌고 나온 윤서네는 남해대교에 이르러 또 관광을 했다. 외국의 큰 출렁다리(현수교)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어도 아담하니 참 아름답게 만들어진 교각이 없는 다리였다. 좀 우스개 말로 ‘다리 다리가 없는 다리’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의 명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최근에 개통한 서해대교와 인천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만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다리 교각이 없는 다리로서 사랑을 받던 다리로 그래도 아주 볼만했다.
여기 저기를 관광하고 남해대교를 돌아 나오니 휴가 날 수가 이틀 남았다. 윤서는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남해안 관광을 마친 윤서의 아버지는 차를 호남 쪽으로 몰았다.
“아빠,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응, 묻지마. 가보면 놀랄게다. 네가 좋아하는 곳이지.”
윤서는 내가 좋아하는 비밀한 곳으로 간다니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좀이 쑤셔 못 견디면서도 꾹 참고 기다렸다.
차는 전남 광주를 지나 장성으로 달렸다. 때 이른 모내기 준비로 파란 모판에 빼곡한 모판을 떠내는 곳도 있고 일찍 모를 낸 곳도 있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는 가는 곳마다 쌀농사가 기본이었다. 예전에 인력으로 농사를 짓던 때 같으면 들판 여기저기에 농부들의 일손이 바쁠 텐데, 요즘은 거의 기계가 대신하니 그렇게 많은 일손은 보기 드물었다. 모판의 모를 쪄낸 것을 이앙기라는 모내기 기계에 걸고 이앙기를 몰고 지나가면 기계는 알아서 적당량의 모를 한줌씩 뽑아 심어나가는 게 보기만 해도 신기했다.
하늘은 끝없이 맑고 깨끗하여 평야 끝쪽으로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정말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 호남평야임을 실감케 했다.
최근에는 농민들도 머리를 써 유기 농법이라는 영농법으로 사람 몸에 해로운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퇴비나 유기질 비료를 써서 생산한 우량농산물로 수익을 올리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퇴비 -풀, 짚 또는 가축의 배설물 따위를 썩힌 거름. 두엄
*유기농법 - 인공 화학비료나 합성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미생물, 퇴비를 이용한 자연농법
이들 우량농산물의 가치를 아는 유복한 도시민들 중에는 특정 농산물을 단골 농가에 주문해 일부러 비싼 값에 사다 안심하고 먹는, 생산자이름을 붙인 실명제 우량농산물 주문형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한다.
*실명제 우량농산물 - 자기 이름을 신용으로 걸고 생산한 우수한 농산물
주문형 우량농산물의 실명생산이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양심적으로 유기질 비료를 써서 생산한 농가에서 자신 있게 자기들 실명상표를 붙여 단골들에게 제값을 받고 파는 우량농산품 주문거래를 말한다. 이렇게 서로 신용거래가 성공하면 쌀, 하면 어느 농가에서 생산한 쌀이 최고의 우량미로 인정받고, 무 배추나 상추 등 채소까지 어느 농가의 것이 우량품으로 인정받고, 이렇게 농약을 쓰지 않은 싱싱한 채소를 실명으로 생산하여 제값을 받고, 사들인 소비자 역시 안심하고 먹기 때문에 비싸더라고 믿고 또 찾고 단골로 계속 거래하기 때문에 해마다 우량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달걀 하나라도 우량품으로 생산 날짜와 실명 도장을 찍어 생산하여, 만약에 단 한 개가 곯거나 깨지거나 불량품이 발견되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바꿔주는 신용사회를 향한 농업혁명을 위한 제도인 것이다. 이렇게 계약영농조합에 등록된 소비자들은 원하는 때 전화만 하면 안심하고 우량농산품을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어 생산자나 소비자가 서로가 편리하고 서로가 이익이 된다고 한다. 계약영농조합의 성공의 첫째 조건은 신용이라고 한다. 여기 가입한 농민들은 농산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름의 신용을 팔고, 도시 소비자는 안심하고 신용을 사다 먹는 셈이란다. 이렇게 우리 농촌도 머리를 쓰고 연구하여 외국의 값싼 불량 농산물에 당당히 막아서는 아이디어를 개발해 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