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윤서네 휴가 떠나는날

 

드디어 윤서네가 휴가 여행 떠나는 날이다. 윤서 남매는 어제부터 여행기분에 들떠 잠을 설쳤다. 아침에 어머니가 깨워도 쩔쩔매던 윤서가 어쩐 일인지 벌써 일어나 아침부터 설쳐댔다. 날씨는 너무도 좋았다. 나들이 가기에는 너무 쾌청해 약간 더울 것 같은 화창한 봄날이다. 윤서는 공연히 들떠 배낭을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홍길동 책을 배낭 속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그 쪽을 펴보고 또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참, 이상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괴이한 일이야.... 내 책에서만 홍길동이 없어지다니... 그러다가 엄마나 누가 보기만 하면 도로 나타난단 말이야.‘

 

윤서는 그새도 또 시험적으로 알아보고 싶어 동생 꽃지를 불렀다.

 

꽃지야! 이리와! 오빠 말 들어!.... 이것 봐! 어서 와 봐!...”

 

뭔데, 오빠아?”

 

꽃지는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오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으응, 저어 있잖아? 꽃지야. 이것 봐! 여기 그림 보여?”

 

, 그래 이 그림? ”

 

아니 여기 말이야? 이쪽에?”

 

, 그래 여기 홍길동 오빠가 구름 타고 날아가네....”

 

어어? 이상하지? 정말... 구름 타고 날아가네?’

 

윤서는 정말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혼자 볼 땐 없던 그림이 동생과 같이 보면 또 나타나고... 참 기이하단 말이야?

 

윤서는 이제 확실하게 확인했다. 꼭 내가 혼자 볼 때는 홍길동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과 함께 볼 때는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

 

그렇다면 왜 내가 혼자 볼 때는 없어지냐 말이다. 참 이상하구나. 엊그제 길동이 내 방에서 날아가며 고향에 다녀올게... 했는데, 꽃지가 볼 땐 고향에 벌써 갔다 왔단 말인가? 그래도 그렇지, 금방 나타났다 없어졌다하기는 그리 쉽질 않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된 셈일까? 그렇다고 선생님이나 어떤 유명한 과학자 한 테도 말할 수도 없고.... 이상하다는 말을 하고 같이 보면 없어지지 않으니, 나는 거짓말쟁이가 될 테고....

 

! 윤서야!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느라고... 너 챙길 것 다 챙겼어?”

 

어머니의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이 난 윤서는 잊지 않고 홍길동 책을 배낭에 도로 넣고 얼른 차 뒷좌석에 배낭을 집어 실었다. 차 트렁크에는 취사도구 깔개 음료수 병 아이스박스 등 여행 용품이 가득 찼다.

 

온 가족이 차를 타고 광장을 한 바퀴 돌아 아파트 정문을 벗어났다. 서울 변두리라 윤서네 차는 벌써 경부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윤서네 차 뒤로 나들이 차가 연신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모처럼 밖에 나오니 기분이 상쾌했다. 오월의 신록이 싱그러운 연두빛 향기로 솔솔 피어 올라 더욱 상쾌한 이 아침, 공기마저 상큼하니 깨끗하게 그 동안 쌓인 시름을 씻어냈다. 지나가는 차들마다 웃는 얼굴로 구면인 듯 손을 흔들어 주어 다들 기분이 좋은 아침이었다.

 

윤서네 차는 가다가 온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윤서 아버지는 이왕 한산도로 가려면 먼저 현충사부터 들러 사전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안성맞춤으로 가는 도중에 현충사가 있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떠나면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온양은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전국 어디든 지하수 개발로 온천수가 나오지 않는 곳이 거의 없지만 예전엔 오늘날처럼 땅속 깊이 뚫어내는 기술도 없어 저절로 온천수가 솟아오르기 전엔 온천을 개발 할 수도 없었던 때 개발된 온천이 온양온천이다. 여기 말고 충청북도의 수안보 온천이나 경상남도의 동래온천, 저 북으로 올라가 함경북도의 주을 온천 등이 천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들을 태운 승용차는 드디어 온양에 들어섰다. 입구에 온양민속박물관이란 간판도 보였다. 맹사성 고택 표지판도 보이고...

 

일정이 급해 곧 바로 현충사로 달렸다. 이미 지나왔지만 오던 길에 목천 독립기념관을 들릴까 하다가 거기도 윤서는 두어 번 다녀온 곳이고 윤서 어머니도 동창회 관광여행 때 한 번 들린 곳이라 지나쳤지만 어쩐지 그냥 지나치고 보니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개관 초기 당시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만원으로 차분히 관람할 수도 없었던 그 명소가 최근에는 사람들이 찾는 이가 뜸해 쓸쓸하다는 보도를 보았기 때문이다.

 

관광이나 구경거리로 찾기보다 교육적으로도 좋은 곳이고 옛날 나라 잃었던 그 때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본받고 새로이 통일안보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라도 자주 들러 공부도 하고 관광도 해야 할 곳이 이렇게 쓸쓸히 내 팽개쳐있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정말 부끄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