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윤서 아빠의 휴가

 

그러고 며칠 지났다. 윤서는 길동이 구름 타고 날아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문제의 88쪽을 다시 열었다. 역시 길동은 없고 맑게 갠 푸른 하늘뿐이었다.

 

으음, 분명 홍길동이 빠져나간 건 틀림없어. 여기에는 뭔가 깊은 비밀이 숨어있으리라.’ 윤서는 이렇게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 후 윤서는 그림에 대해서는 미뤄두고 졸업학년 6학년이 되자 학교 공부에 쫓겨 홍길동에 대해서는 잊고 지내는 동안 세월은 흘러 곧 5월이 됐다. 5월에는 노는 날도 많다. 51, 노동절이라고 해 모든 근로자들이 쉬는 날이다. 55일 어린날, 8일 어버이 날에다 또 어느 날인지 음력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봉축일도 들어 있는 화사하고 신록이 반짝이는 황금 계절이다.

 

윤서야! 55일 어린이날을 전후한 5일간 휴가를 받았다. 어디로 가면 좋겠니?”

 

아빠, 정말?”

 

그래, 언제 내가 거짓말을 하던?”

 

, 신난다. , 아빠, 요번 휴가는 제가 갈 곳을 정하면 안 될까요?”

 

그럼, 어린이날이 끼었으니 요번에는 어린이 중심으로!”

 

, 그럼 됐어요.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어디, 좋은 곳을 골라놨냐?”

 

윤서는 새끼손가락을 입에 물곤 어릴 적 버릇대로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다. 윤서는 그러지 않아도 사라진 홍길동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고, 언젠가 홍길동의 고향으로 한 번 가 살펴보기로 마음먹고 있던 참이다. ‘, 홍길동의 고향이 장성이라 했지?’윤서는 홍길동의 고향이 전라남도 장성인 것까지 알아 두었다.

 

그럼요. 평소에 제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요.”

 

그래, 윤서가 얼마나 좋은 곳을 골랐는지 어디 한 번 대 보렴.”

 

윤서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입맛을 쩍 다셨다.

 

, 아빠! 요번에는 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전승지를 둘러보는 게 어떻겠어요?”

 

*대첩: 전투에세 크게 이김. 또는 큰 승리.

 

 

이렇게 말문을 연 윤서는 혹시 퇴짜를 맞으면 어쩌나 하고 슬며시 아버지의 표정을 살폈다.

 

그래, 한산도라? 우리 윤서도 제법 컸네. 생각하는 안목이 꽤 높은 걸...?”

 

*안목 -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식견./ 사물을 보는 눈높이

 

 

이 소리를 들은 윤서는 통과라고 단정하고 입이 함박 만해 또 어깨를 으쓱했다.

 

곁에서 나물을 다듬고 있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여보! 정말 잘 골랐어요. 나도 거기는 여태 안 가 본 곳이라...”

 

그래? 그럼, 잘 됐어. 난 직장 팀을 따라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교육적으로도 좋은 곳이고 당신마저 찬성이라면 또 가지 뭐...”

 

이렇게 하여 남해안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정했다. 윤서가 거기를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며칠 전에 어린이 신문 광고에 보니 홍길동 생가가 있는 장성에서 어린이 날에 홍길동 축제를 연다는 광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광고로 홍길동의 고향이 장성인 것도 알았다. 남해안에 간 김에 올적에는 장성을 둘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홍길동 소설책에서 빠져나간 홍길동이 혹시 거기 생가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다.

 

 

 

윤서는 그 동안 묻어 두었던 구름 타고 날아간 홍길동에 대해 다시 궁리하기에 바빴다.

 

어쩜 내가 탐정처럼 이 문제를 연구해 낼 수 있을는지 모른다.’

 

이런 우쭐한 생각까지 품고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책꽂이에서소년 홍길 전을 꺼내 문제의 갈피를 다시 펼쳤다. 책 속의 삽화에는 여전히 하늘 색 파란바탕에 빈 그림뿐이었다.

 

그 참, 이상하단 말이야.’

 

아무리 길동이 둔갑술을 부리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조선 팔도를 누볐다고 하지만, 이런 현상은 몇 백 년 전의 얘기지 현대과학 앞에서는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어디 보자. 아빠 앞에서 펼쳐볼까?’

 

아빠! 여기 잠깐 보세요. 이 그림...”

 

그러면서 아빠 앞에서 문제의 88페이지를 펼쳤다.

 

너 벌써 예까지 읽었냐? 홍길동이 구름 타고 날아가네...”

 

어어? 정말...여기 그림...”

 

윤서는 그만 입을 다물고 엉뚱한 말을 내 뱉았다. 없던 그림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빠! 옛날의 홍길동은 정말 구름타고 날아다녔을까요?”

 

그럼! 그래야 이야기가 재미있지.”

 

아빠는 윤서의 상상의 날개를 꺾지 않으려고 이렇게 얼버무리고 말았다.